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계 글로벌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의 롯데렌탈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국내 렌터카 시장의 '쩐의 전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렌탈사업의 양강으로 평가받은 롯데렌탈과 SK렌터카가 기존 대기업 계열사에서 벗어나 사모펀드를 새로운 주인으로 맞이면서 렌탈사업의 경쟁 양상이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에서 자본시장 경쟁으로 옮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 향상을 위한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렌터카 시장 확대를 꾀하는 대형 캐피탈사들도 경쟁의 한 축으로 떠올라 접전이 예상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TPG 소속 회사인 렉시콘코리아홀드코의 롯데렌탈 주식 취득 건을 심사한 결과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TPG는 국내에서 사모투자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국내 계열회사인 HB F&B를 통해 영유아 영양식품 사업을 하고 있다. 공정위는 TPG의 사업영역과 차량 렌탈을 주력으로 하는 롯데렌탈의 사업영역이 보완성·대체성이 없는 만큼 이번 거래는 경쟁 제한성이 없는 혼합형 기업결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롯데렌탈 지분 61.2%를 TPG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가는 주당 5만9000원, 총 1조3105억원 규모다. 이후 TPG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롯데는 지난해 3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롯데렌탈 지분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당시 시장 독과점을 우려한 공정위의 결정으로 거래 승인을 받지 못해 거래가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SK렌터카(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이어 롯데렌탈까지 대기업의 품을 떠나 사모펀드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최근 렌터카 시장에 사모펀드가 적극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렌터카 사업은 경기에 덜 민감하고,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동안 안정적인 매출과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또 중고차 잔존가치도 보장되기 때문에 매각, 해외 수출 등 또 다른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특히 기존 사모펀드 포트폴리오에 렌터카를 활용한 사업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TPG의 경우 우버와 카카오모빌리티 등 모빌리티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국내 렌터카 시장은 롯데렌탈과 SK렌터카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등록 렌터카는 지난해 말 기준 129만6000대로, 롯데렌탈이 25만5553대로 1위(19.7%), SK렌터카가 19만5008대로 2위(15%), 현대캐피탈이 15만7607대로 3위(12.2%)의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양강 구도인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시장 점유율 격차가 5%포인트 안팎이라 업계는 사모펀드 인수를 계기로 렌터카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서는 시장 점유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저가 출혈경쟁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점유율 격차가 1%포인트 안팎인 제주지역의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국내 렌터카 1, 2위 사업자의 주인이 사모펀드로 바뀌면서 '대기업 계열사 간 경쟁'에서 사모펀드(PEF)가 지배하는 '기업 간 수익성 경쟁'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면서 "그룹 간 시너지와 브랜드 가치, 기업의 장기 전략을 고려하는 대기업 문화와 달리 PEF는 투자금 회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배당 등 자본가치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기존 렌터카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렌터카는 자동차라는 고가 자산을 대규모로 운용하면서 금융비용, 감가상각, 보험, 정비비를 지속적으로 부담하는 자본집약적 사업이다. 때문에 업계의 출혈경쟁이 지속되면 사모펀드의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결국 중고차 잔존가치까지 무너지는 최악의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한 렌탈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가격을 포기하는 전략을 취한다면 전체 업계가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달을 것"이라면서 "이럴 경우 자동차, 금융, 중고차 유통, 차량 정비 등 모든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