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예정대로…취득가·손익 계산 시스템 구비는 모호

가상자산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상자산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상자산 과세가 내년 1월 예정대로 시행될 전망이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금융투자소득세 등 자본이득세 도입은 시장 여건이 안정된 이후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가상자산 과세는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실제 과세를 위해 필요한 납세자별 취득가액과 양도가액, 손익 등을 산출할 수 있는 과세 인프라가 어느 수준까지 구축됐는지는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재경부 등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최근 인사청문 과정에서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 연내 구체적인 과세 기준을 국세청 고시 등을 통해 공표하고 납세자가 신고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해외 거래소를 이용한 거래에 대해서도 과세자료 확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가상자산 과세는 그동안 여러 차례 시행이 미뤄졌다. 당초 2022년 시행 예정이었지만 과세 인프라와 투자자 반발 등을 이유로 시행 시기가 연기됐다. 내년 1월 시행될 경우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 가운데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세금이 부과된다.

문제는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된 상황에서 가상자산에 대해서만 과세가 먼저 이뤄진다는 점이다. 주식과 가상자산 모두 투자자가 가격 변동에 따른 수익을 얻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자산별 과세 기준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후보자는 금투세 등 자본이득세에 대해서는 시장 여건이 충분히 안정된 이후 검토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가상자산 과세는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두 자산에 대한 과세 시점과 기준을 어떻게 달리 적용할 것인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특히 과세의 실효성은 제도 시행 여부보다 실제 신고 과정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가상자산 투자자는 여러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거래소 간 자산을 이전할 수 있고 개인지갑이나 해외 거래소를 함께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취득가액을 산정하는 것도 과제다. 가상자산을 여러 차례 나눠 사고팔거나 거래소를 옮기는 경우 거래별 취득가격과 처분가격을 연결해 실제 손익을 계산해야 한다. 투자자가 보유한 가상자산의 종류가 여러 개이고 거래 횟수까지 많아지면 신고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다.

손익 계산 방식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정 가상자산에서 발생한 이익과 다른 가상자산에서 발생한 손실을 어떻게 처리할지, 여러 거래소에서 발생한 손익을 어떤 기준으로 합산할지 등이 명확해야 납세자가 실제 세액을 예측할 수 있다. 

결국 연내 과세 기준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단순히 과세 대상과 세율을 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취득가액 산정 방식과 거래소 간 이동, 해외 거래소 이용, 손익 계산 등 실제 신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례별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가상자산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려면 과세 원칙뿐 아니라 납세자가 자신의 세금을 직접 계산할 수 있는 수준의 신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금투세 도입을 유보하면서 가상자산 과세를 먼저 시행하는 만큼 자산 간 과세 형평성에 대한 설명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배진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자산 과세가 국내 투자자의 해외거래소 및 탈중앙화거래소 이용 유인을 높일 경우 세원 포착이 어려워지고 국내 가상자산 산업과 투자자 보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국내 거래소에 잔류할 유인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며 "해외 사례처럼 가상자산에 대한 포괄적 과세를 도입할 계획이라면 손익통산·이월공제 등의 쟁점이 반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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