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나비 필라이(85) 국제사법재판소(ICJ) 임시재판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언급하며 재치 있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9일(현지시간)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이 엑스(X)에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필라이는 독일 뉘른베르크포럼 행사 참석차 현지를 방문하던 중 수상 소식을 접했다.
동료들의 박수를 받은 필라이는 “여러분이 박수를 더 치면 내가 이 상을 트럼프와 나눠야 할 수도 있다”고 농담했다.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을 에둘러 꼬집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대중이 수상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상을 받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동료들의 축하에 감사를 표했다. 이어 “인권을 지지하는 친구, 동료들과 함께 있을 때 이 소식을 접해 더욱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필라이는 최근까지 유엔 인권이사회가 설치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점령지 독립 국제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 일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일을 집단학살이라고 판단한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고서 발표 뒤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용기가 있다는 평가였다”며 “진실을 말하는 데 왜 용기가 필요한지 놀랍다. 법을 해석하고 사실을 살핀 뒤 공정하게 판단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85세가 된 필라이는 은퇴 계획을 묻는 말에 “새로운 성과를 이루도록 돕는 일을 멈출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갑작스러운 수상이 믿기지 않는 듯 “이것이 농담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이날 오슬로 노벨연구소에서 필라이를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위원회는 그가 평화와 국제법을 증진하고 전쟁범죄·반인도적 범죄·집단학살 책임자를 법정에 세우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인권 법조인인 필라이는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등 반인종차별 활동가들을 변호했다. 이후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와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을 거쳐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지냈다.
필라이의 수상으로 노벨평화상은 지난해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 이어 2년 연속 여성에게 돌아갔다. 공개적으로 수상을 기대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도 수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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