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가운데 이차전지·첨단소재 업종에서는 신용도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전반적인 기업 신용위험이 확대되기보다는 업황 부진이 장기화한 일부 산업을 중심으로 재무 부담이 누적되는 양상이다.
11일 신용평가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이 하향 조정된 기업은 29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2곳보다 감소했다.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의 하향 조정 건수는 지난해 48건에서 올해 71건으로 47.9% 늘었다. 다만 이 가운데 38건은 중앙그룹 계열사에 집중됐다. 이를 제외한 올해 하향 조정은 33건으로, 지난해 전체 48건보다 31.3% 적다.
중앙그룹의 경우 지난 6월 일부 계열사의 채무불이행과 기업회생절차 신청 이후 신용등급이 잇따라 강등됐다. 중앙일보·콘텐트리중앙·JTBC·메가박스중앙 등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도 하향이 전체 조정 건수를 끌어올린 셈이다.
반면 개별 업종에서는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신용도 하락이 눈에 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SK넥실리스는 A2에서 A2-로 내려갔다. 에코프로는 A2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됐으며, 대진첨단소재도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랐다.
이차전지 산업의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관련 기업들의 신용도에도 부담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등급 하락은 향후 회사채 발행 등 외부 자금 조달 과정에서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반면 지난해 신용도 하향이 잇따랐던 석유화학 업종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이다. 지난해 롯데케미칼·효성화학·SK어드밴스드·SKC·휴비스 등 5개사의 신용도가 하향됐지만, 올해는 롯데케미칼과 여천NCC 등 2곳에 그쳤다.
다만 롯데케미칼과 에코프로 등 일부 기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용도가 낮아졌다. 업종 전반의 하향 조정 기업 수가 줄더라도 개별 기업의 재무 부담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결국 올해 기업 신용도 변화는 중앙그룹의 대규모 신용사건과 제조업 일부 업종의 지속적인 신용도 악화로 구분된다. 시장 전체의 하향 조정 기업 수는 감소했지만, 업황 회복이 지연되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은 당분간 주요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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