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충남도지사가 취임 100일을 맞아 지방재정 위기를 극복하고 인공지능(AI) 대전환과 기업 투자유치,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충남의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대규모 사업의 추진 일정과 시군 조정교부금 지급 시기까지 조정해야 할 만큼 재정 여건이 악화해 정책 추진에 적지 않은 부담이 예상된다.
박 지사는 12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지방재정 전문가들이 충남의 현재 재정 상황을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며 “이런 재정을 본 적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이어진 국세 세수 결손이 지방재정에 누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충남도는 다년도 대규모 사업의 추진 시기를 조정하고 시군 조정교부금 지급을 2~3개월가량 늦추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박 지사는 “도 전체 예산사업 약 6000건 가운데 700건 가까이를 직접 점검하고 있다”며 “일부 사업 예산이 줄어들더라도 내년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절감 검토가 최종 삭감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재정 위기 속에서도 AI 산업 육성과 기업 투자유치는 핵심 성장 전략으로 추진한다.
충남도는 제조업과 농축수산업 등 산업 전반에 AI를 접목하기 위해 219개 실천 과제를 발굴하고 연말까지 기본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박 지사는 “대기업은 스스로 AI 전환을 추진할 역량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하고 있다”며 기업별 맞춤형 AI 솔루션과 스마트공장 확산을 강조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트랙터·콤바인·이앙기와 농업용 드론 보급을 확대하고 스마트온실과 스마트양식 기반을 강화한다. 당진에는 약 600억 원 규모의 스마트양식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기업 투자유치 성과로는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67조 원, 당진 AI 데이터센터 1조 2405억 원, 도내 8개 시군 27개 기업의 1조 5000억 원대 투자를 제시했다.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서는 충남혁신도시 우선 원칙을 분명히 했다.
충남도는 기후·에너지·환경, 경제·산업, 국방, 문화·체육 등 4개 분야에서 약 50개 기관을 유치 대상으로 선정했다.
박 지사는 정부가 기존 혁신도시 이전 기관과 신규 기관의 기능적 연계를 중시하고 있어 상당수 기관이 혁신도시로 향할 것으로 전망했다.
천안·아산은 공공기관 이전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투자유치에 무게를 뒀다.
도내 시군 간 유치 경쟁에 대해서는 “충남 내부의 경쟁이 전체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인위적인 후보 단일화보다 공정한 경쟁을 강조했다.
박 지사는 제72회 백제문화제와 보령머드축제에서 제기된 안전·환경·운영 문제에 대한 평가와 개선 필요성을 인정했다.
특히 백제문화제가 도의 직접 관여나 도비 지원 없이 공주시와 부여군에서 각각 열리는 구조를 지적하며 “과연 이대로 별도로 축제를 치르는 것이 맞겠느냐”고 반문했다. 축제의 정체성과 운영 방식에 대한 전략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전력 공급을 위한 송전선로 건설 문제에서는 주민 동의와 피해 최소화 대책을 강조했다.
박 지사는 “실을 바늘 허리에 묶어서 바느질할 수는 없다”며 국가 첨단산업 육성이 시급하더라도 주민 피해를 외면한 채 사업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충청광역연합과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등을 통한 공동 대응도 추진한다.
농지 전수조사로 인한 농민 불안에 대해서는 정부에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11월 11일 발표할 예정이던 충남 농정 비전은 농지 전수조사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관련 상황을 반영해 12월 발표한다. 이에 앞서 농업인과 관계단체가 참여하는 정책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일제강점기 충남 출신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실태조사도 추진한다. 충남연구원과 충남역사문화연구원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해 강제동원 피해와 충남 근현대사를 조사·기록하겠다는 것이다.
선친이 강제동원 피해자였다는 가족사를 언급한 박 지사는 동학과 천주교·개신교·불교 등 종교 관련 희생의 역사도 조사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박 지사는 지난 100일을 ‘양종옥정(良種沃田)’이라는 사자성어로 표현했다. 좋은 씨앗을 고르고 비옥한 밭을 준비했다는 뜻으로, 민선 9기 도정의 기반을 마련한 시간이었다는 설명이다.
취임 이후에는 ‘통하는 충남’을 앞세워 소통 행정을 강화했다. 도지사실 출입문을 개방하고 집무실에 CCTV를 설치했으며, 회의와 접견 내용을 기록·녹음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기존 시군 순방을 대신한 ‘충남통(通)행’에서는 도민 건의사항 284건의 처리 상황과 지연 사유, 향후 대책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장기 발전 전략으로는 ‘AI 수도 충남’과 ‘힐링 충남’을 제시했다.
대전·충남 통합과 충청권 초광역 협력, 충청내륙철도와 광역 고속도로 확충을 통해 수도권에 대응할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관광 분야에서는 당진의 해양환경, 공주·부여의 백제 역사문화, 금산의 인삼·약초를 활용해 지역별 치유관광 거점을 육성한다.
박수현 지사는 “충남은 수도권의 산업과 경제적 기회를 받아낼 수 있는 가장 큰 그릇이면서, 지친 도시민들의 삶을 치유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100일을 넘긴 박수현 도정의 과제는 재정 위기 속에서 성장 전략을 실제 사업과 예산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공공기관 이전과 송전선로 갈등 등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도민이 체감할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도정 운영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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