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날짜 잡았냐' 교장 발언, 인권위 '차별' 판단…교육청은 '갑질 아님'

  • 인권위, 서울 고교 교장에 특별인권교육 권고…"유산 회복을 업무 부담으로 취급"

  • 교육청 갑질심의위는 "객관적 자료 부족"…교장은 "출근 강요 안 했다"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모습[사진=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의 한 공립 고등학교 교장의 발언을 임신·유산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장은 임신 초기 유산 진단을 받은 부장교사에게 학교 행사를 이유로 수술 일정을 문제 삼으며 출근을 압박했다. 인권위는 교장에게 특별인권교육 수강을 권고했고, 앞서 교육청 갑질심의위원회는 같은 사안을 갑질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26일 교육희망 보도에 따르면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A 교사가 교장을 상대로 낸 진정 사건에서 유산이 임신·출산과 본질적으로 연결된 사유라고 판단했다. 교장이 회복의 필요성보다 업무 공백을 우선하고 수술 일정을 문제 삼은 것은 신체적 회복을 업무상 부담으로 취급한 차별행위라는 것이다. 인권위는 교장에게 직원의 복무를 관리·감독하고 모성을 보호할 책무가 큰 만큼, 이런 태도가 다른 여성 교직원에게도 건강보다 업무를 우선해야 한다는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A 교사는 지난 6일 결정문을 받았다.
 

지난 4월 1일 임신 초기 유산 진단을 받은 A 교사는 의료진 권고에 따라 다음 날 소파수술을 받기로 하고 조퇴와 병가를 신청했다. A 교사는 교장이 자신을 교장실로 불러 학교 행사를 앞두고 수술 날짜를 잡았느냐고 묻고, 일단 출근해 컨디션을 보고 수술에 들어가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학교에는 교육과정 운영 행사와 임원 리더십 캠프가 예정돼 있었고, A 교사는 수술 이틀 뒤인 4일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출근해 주말 행사를 치렀다.
 

교장은 이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고 병가를 내라고 했으며, 학교 행사 참석은 A 교사의 의지였다는 입장이다. 인권위 조사에서도 진정인이 스스로 참석 의사를 밝혔고 몸이 안 좋으면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해 출근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 교사는 지난 4월 23일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감사실, 국민신문고에 갑질을 신고했다. 사건은 강동송파교육지원청으로 이관돼 갑질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쳤고, 6월 16일 통보된 결과는 갑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교육청은 행사 참여를 권고하는 취지의 발언은 일부 확인되지만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압박했다고 볼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당시 심의가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이었다.
 

인권위는 차별 성립 여부를 명시적인 불이익 명령이나 강제 여부만으로 따지지 않고, 상급자의 발언이 유발한 업무상 부담과 그 정당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A 교사는 교육청이 갑질로 판정하지 않은 점이 납득되지 않는다며 교장에게는 인권교육 권고의 성실한 이행을, 서울시교육청에는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다만 인권위의 권고에는 법적 강제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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