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전용선' 띄우고 고학년은 거점 합반…'교육혁신선도지역' 43곳 시동

  • 141개 지자체 중 130곳 신청…인구감소 1유형 당초 30곳서 32곳으로 확대 지정

  • '교육특구' 바통 이어받아 최대 5년간 지원…1유형 22곳 '소규모학교 통합' 추진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7년도 교육혁신선도지역 지정 결과’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7년도 교육혁신선도지역 지정 결과’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1. 최북단 서해 접경지인 인천 옹진군은 전체 인구 가운데 60세 이상 고령층이 49%에 달하는 반면, 19세 이하 아동·청소년은 7%에 불과하다. 바다로 쪼개진 지리적 한계와 학령인구 급감을 돌파하기 위해 옹진군이 꺼내 든 카드는 섬 자체를 특화 캠퍼스로 묶는 ‘5섬 5색 캠퍼스’와 ‘학생 교육전용선’ 도입이다. 학기 중에는 온라인 중심의 사전 배움을 진행하고, 방학 중에는 전용선을 타고 이동해 대학·전문기관과 연계한 현장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도서지역 맞춤형 블렌디드 교육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2. 관내 13개 초등학교 중 9곳이 나홀로 소규모화 위기에 처한 인구소멸 고위험 지역 경남 산청군은 ‘1거점 다(多)캠퍼스’ 모델을 제시했다. 돌봄이 중요한 초등학교 1~2학년 저학년은 집 근처 소속 캠퍼스에서 배우고, 또래 관계와 사회성 훈련이 절실한 3~6학년 고학년은 통학버스를 타고 거점학교에 모여 합반 수업을 받음으로써 이른바 ‘복식학급(한 교실에서 여러 학년이 함께 수업받는 형태)’ 문제를 해소하고 초·중·고 6+3+3 공립 대안교육 벨트를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학령인구 절벽과 지역 소멸의 파고를 넘기 위해 일선 교육지원청과 지방자치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설계한 ‘교육혁신선도지역’ 43곳이 내년 1월부터 본격 가동된다. 올해로 3년차 시범사업 일몰을 맞는 기존 ‘교육발전특구(교육특구)’의 바통을 이어받아, 백화점식 사업 나열에서 벗어나 ‘소규모학교 재구조화’와 ‘초·중·고-대학-지역산업 연계’를 필수 과제로 못 박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교육부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7년도 교육혁신선도지역 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진행된 공모에는 신청 대상인 전국 141개 지역 가운데 무려 92.2%에 달하는 130개 지역(1유형 89곳·2유형 41곳)이 신청서를 내며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
 
교육부와 교육혁신선도지역위원회는 서면 및 대면 심층 평가를 거쳐 ▲인구감소(관심)지역 대상 ‘1유형’ 32곳 ▲비수도권 일반 기초·광역지자체 및 수도권 접경지역 대상 ‘2유형’ 11곳(기초 8곳·광역 3곳) 등 총 43곳을 최종 선정했다. 선정된 지역에는 향후 최대 5년간(3년 지원 후 단계평가를 거쳐 2년 추가 지원) 기초지자체는 연간 20억 원 이내(내년 약 19억 원), 광역지자체는 연간 40억 원 이내(내년 약 37억 원)의 특별교부금 등 재정이 투입된다.
 
자료교육부
[자료=교육부]
“행사성 교류 넘어 정규교과 함께 짠다”…‘학교 통폐합’ 금기 깬 지방 지자체들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한 1유형 공모에는 대상지의 94%인 89곳이 몰렸다. 당초 교육부는 30곳 안팎을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현장 대면 평가 과정에서 30위와 31·32위 지역의 점수 차가 거의 없고 지자체들의 혁신 의지가 높아 평가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최종 32곳으로 지정 규모를 넓혔다.
 
1유형에는 경기 연천군, 인천 옹진군, 대구 군위군을 비롯해 강원 7곳(강릉·고성·동해·삼척·철원·태백·횡성), 전남·광주 6곳(고흥·곡성·영광·영암·완도·진도), 전북 4곳(김제·무주·부안·순창), 경북 4곳(봉화·상주·영주·청도), 충남 3곳(금산·논산·부여), 경남 3곳(남해·산청·통영), 충북 2곳(보은·제천)이 이름을 올렸다.
 
1유형의 핵심은 그동안 지역사회의 반발을 우려해 금기시되던 ‘소규모학교 혁신 및 적정규모화(통폐합)’를 필수 과제로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에 선정된 1유형 32개 지역 중 약 69%인 22곳이 사업 계획서에 ‘학교 통합’ 추진을 명시했다.
 
대표적으로 중학교 졸업생의 10.4%가 타 지역 고교로 유출되고 있는 충남 금산군은 초등 단계의 거점학교 중심 통폐합과 폐교 부지 교육시설화에 그치지 않고, 중·고등학교 단계까지 중장기 통합·재구조화를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금산교육혁신지원센터(가칭)’를 세워 통학 차량과 강사 인력풀, 예산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관내 17개 초등학교 중 2개 학교에 전체 초등생의 66%가 쏠려 있는 전남 고흥군은 도로망과 인프라를 고려해 3개 교육권역을 묶고, 일회성 합동 체험학습 수준을 넘어 교사들이 정규 교육과정을 공동 설계해 팀티칭(협력수업)과 공동 평가까지 수행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2031년까지 전교생 30명 이하 소규모 초·중학교가 8곳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경북 상주시 역시 학교 통합과 함께 읍·면 마을학교 7곳을 돌봄 거점으로 전환하는 전략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1유형 선정 지역의 상당수가 학교 통합을 내건 만큼 학부모와 지역 주민의 반발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을 해온 현장 활동가들로부터 ‘학교 통폐합을 강제하려는 정책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교육부가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통폐합 위기에 놓인 학교를 어떻게 살릴지 지역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맡긴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저학년 근거리 통학·고학년 거점 합반이나 공동 교육과정으로 작은 학교의 한계인 사회성 부족을 극복하되, 지역사회가 합의를 거쳐 폐교·통합을 선택할 경우에는 통폐합 지원금과 학교복합시설(문화·체육·복지시설) 건립 등 강력한 재정 인센티브를 추가로 얹어주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올해 일몰 ‘교육특구’와 무엇이 다른가…“백화점식 나열 대신 초·중·고-대학 생태계로”
비수도권 일반 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한 2유형(11곳)에는 기초지자체로 경기 양주시, 강원 춘천시, 충북 음성군, 충남 아산시, 전북 완주군, 경북 구미시, 경남 진주시, 전남 광양시 등 8곳이, 광역지자체로는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등 3곳이 선정됐다. 2유형은 ‘지역 내 교육격차 완화’와 ‘대학·산업 연계 교육 강화’가 필수 과제다.
 
충북 음성군은 관내를 혁신도시 신도심, 원도심, 산업단지 직주권, 농촌 소규모 분산형, 이주배경 밀집형 등 5개 권역으로 세밀하게 쪼개 원도심-신도심 학교 이음 프로젝트와 이주배경학생 혼합팀 적응 프로그램을 설계했고, 부산시는 초등 다문화 자율학교 및 중등 ‘글로컬 미들스쿨’ 설립과 함께 직업계고·일반계고·학교밖청소년의 맞춤형 지역 정주 경로를 제시했다.
 
교육계 안팎의 관심은 지난 2024년 도입돼 올해로 3년 시범사업이 끝나는 ‘교육발전특구(49곳)’와 이번 ‘교육혁신선도지역(43곳)’의 차별성 및 연속성에 쏠린다.
 
경기 양주시처럼 기존 교육특구에서 이번 선도지역으로 연이어 지정된 곳도 있지만, 기존 특구 중 이번 공모에서 고배를 마신 지역들은 당장 내년부터 사업 중단 등 혼선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강복 교원교육자치지원관은 “기존 교육특구는 정해진 틀 없이 지자체가 원하는 과제를 백화점식으로 자율 제안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선도지역은 인구감소지역의 소규모학교 혁신이나 도심권의 교육격차 해소·산학 연계처럼 지역 여건에 맞는 핵심 과제를 ‘필수 과제’로 지정해 초·중·고 전체의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도록 한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연간 20억 원(5년간 100억 원)의 예산으로 실질적인 혁신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에 대해 장홍재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기본 사업비 20억 원 외에 학교 통폐합 지원금과 폐교 부지 학교복합시설 투자비, 지자체 자체 매칭 재원이 함께 투입된다”며 “연말까지 계획을 구체화해 모델을 안착시키는 데 3년, 성과를 확산하는 데 2년을 고려해 5년 주기로 설계했으며, 3년 차 중간평가 역시 탈락 목적의 평가가 아니라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컨설팅 중심 평가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교육부는 이번 공모에서 탈락한 기존 교육특구 및 미선정 지자체들을 구제하기 위해 내년 중 추가 지정에 나설 방침이다.
 
류장수 교육혁신선도지역위원장은 “2유형 광역지자체 선정 과정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타 국책사업과의 연계 여부는 일절 고려하지 않고 오직 사업 계획의 충실성과 실현 가능성만 엄격히 평가했다”며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지역 현장에 이미 초·중등 교육과 지역 대학·앵커기업 간의 연계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이달 중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지정 지역을 최종 확정하고, 오는 12월까지 전문가 컨설팅을 통해 세부 운영계획서를 다듬은 뒤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사업비를 교부할 계획이다.
 
최 장관은 “초·중등 교육이 지역 정주의 출발점이라면 대학과 일자리 연계는 그 정주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동력”이라며 “교육혁신선도지역 모델을 지역인재 특별전형, 지역균형발전장학금 등 고등교육 인재 양성 정책과 긴밀히 결합해 아이들이 태어난 지역에서 배우고 대학에 진학해 정착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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