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AI와 지내는 법, 사람과 사는 법…AI 시대의 인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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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두드림미디어]
인공지능(AI)은 밤늦게 물어도 답한다. 진료 기록을 분석하고 계약서를 검토하며 글도 써준다. 일상은 편해졌지만 사람 사이의 거리가 그만큼 가까워진 것은 아니다. 연락처에 이름은 많아도 정작 속내를 털어놓을 상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김수윤 작가의 신간 ‘AI 시대의 인간다움’(두드림미디어)은 기계가 사람의 능력을 하나둘 대신하는 세상에서 끝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묻는다.

저자는 스위스와 독일에서 플루트를 전공한 뒤 40여 년 동안 예술학교와 대학 강단에서 제자를 길러 온 음악교육자다. 이 책에서 그는 이론을 앞세우기보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일상에 귀 기울이는 일에 주목한다. 누구나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바쁜 일상에서는 쉽게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들이다.

책에는 직업도 세대도 다른 19명이 등장한다. 양자물리학자와 의사, 변호사, 기업인, 문화예술인, AI 전문가, 가정주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에세이와 인터뷰 40여 편으로 5부에 나뉘어 실렸다. 한 사람의 결론보다 여러 삶의 경험에 무게를 둔 책이다.

책의 중심에는 저자가 운영하는 '수하우스 문화살롱'이 있다. 저자는 집 안의 부엌을 옮기고 거실을 넓혀 사람들이 모일 공간을 마련했다. 2024년 하우스콘서트로 시작한 이곳에는 출판사 측 설명에 따르면 지난 2년간 20대부터 70대까지 700명이 넘는 사람이 다녀갔다. 회원 110여 명 가운데에는 교수와 의사, 기업인도 있다.

수하우스는 책이 말하는 인간다움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저자에게 수하우스는 자기 집만 가리키는 이름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려고 문을 여는 모든 공간을 뜻한다. 인간다움을 특별한 능력이나 성취에서 찾기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시간을 내고,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생각을 나누는 일에서 찾는다.

그렇다고 책이 AI와 거리를 두라고 권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AI를 도구로 쓰되 그 답을 그대로 따르지 말라고 말한다. 답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기술에 종속되고, 수학과 과학, 철학, 역사로 질문을 넓혀 가며 자기 삶에서 검증해야 비로소 자기 것이 된다고 쓴다.

AI가 자기 이해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대목도 있다. 저자는 가까운 사람에게는 꺼내기 어려운 생각을 AI에 던지고 새로운 시선을 얻는 과정에서 미처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쓴다.

그러나 AI가 아무리 정교한 답을 내놓아도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관계를 쌓는 경험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저자가 수하우스에서 이어 온 만남은 그 차이를 보여준다. 인간다움은 지식이나 능력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타인과 관계를 맺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란다.

저자는 인간다움을 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사람들이 만날 자리를 직접 만들었다. 익숙한 주제를 실제 생활공간과 연결한 점이 이 책의 강점이다.

관계가 늘 따뜻하지는 않다. 서로 상처를 주고 기대가 어긋나 실망하기도 한다. 저자는 서로 다른 면을 보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고 쓴다. 다른 면을 보는 사람들이 함께할 때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자기 안을 깊이 가꾸는 일과 관계를 유연하게 맺는 일이 함께할 때 인간다움이 완성된다고 본다.

저자는 수하우스가 자기 집에만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고 쓴다. 독자의 집과 삶에서도 이런 공간이 시작되기를 희망한다. AI에 묻는 일이 일상이 된 시대에, 책은 사람에게 먼저 문을 열어 보자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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