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 등 내수시장 위축으로 인한 극심한 경영환경 악화로 식품ㆍ제과 업계는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부심이다.
(주)빙그레는 크라운제과의 전환사채를 전량 매입하기로 지난 30일 공시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J와의 M&A가 흐지부지된 기린은 롯데제과와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제과업계가 이처럼 M&A에 나서는 이유는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대형업체들이 새로운 사업보다는 인수합병을(M&A) 통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는 분석했다.
◇ 빙그레, 크라운제과 인수하나=빙그레는 크라운제과가 2004년 12월 발행한 만기 5년짜리 21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흥국투자신탁운용㈜을 통해 전량 매입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30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 계약에 따라 빙그레는 다음달 26일 크라운제과의 전환사채를 인수할 예정이다.
빙그레와 크라운제과는 정확한 전환사채 인수금액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으나 업계에선 전환사채 만기일인 내년 12월 말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주식 수는 37만8126주(지분 21.9%) 규모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크라운제과의 최대주주인 윤영달 회장의 개인지분을 포함해 윤 회장의 우호 지분은 약 4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빙그레는 내년 말 크라운제과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윤 회장에 이어 2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경우에 따라선 지분 매집 경쟁이 불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놓고 빙그레가 크라운제과 인수를 겨냥해 대량으로 전환사채 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빙그레가 크라운제과의 전환사채 인수 이유에 대해 빙그레의 사업다각화를 꼽았다. 빙그레의 주력 업종인 유가공사업이 사실상 정체 국면에 빠진 상태여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사업다각화 거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주식가격 폭락으로 크라운제과의 주식을 헐값에 매입할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는 것이다.
특히 크라운제과의 경우 해태제과의 모기업이면서 대주주라는 점도 빙그레가 크라운제과에 주목할 만 한 점으로 거론됐다.
빙그레는 이번 전환사채 매입에 대해 “현재로서는 투자목적일 뿐이다”며, “전환사채 인수 예정일인 26일 이후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주식 전환의 가능성을 부인하진 않겠다”고 덧붙였다.
크라운제과측도 “빙그레의 움직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 기린, 이번엔 롯데제과와 M&A설=제빵업계 3위인 기린은 최근 CJ제일제당에 인수를 제안했지만 시너지가 기대 이하라는 평가에 협상이 무산 된 것으로 알려졌다.
CJ와의 M&A가 흐지부지된 기린은 쌀 과자 부분을 중심으로 롯데제과와 영업 제휴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매각 추진방침이 공개되면서 영업에 손실을 입은 만큼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기린과 롯데제과의 업무 협약 논의가 결국 M&A를 위한 전초전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기린의 핵심사업인 쌀 과자 부분이 제휴 대상으로 거론됐다는 점에서 이 같은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제과 측은 “쌀 과자 부분에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무자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됐을 뿐 공식적으로 확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현재, 롯데제과는 기린의 쌀 과자 부분을 제외한 빙과나 양산 빵 부분에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 때문에 M&A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유통경로가 어려워 여러 군데 전략적으로 협정 체제를 구축하려고 한다. 마케팅 부분에서 사업 효율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아직 협약 내용이 확정된 게 없고, M&A 방침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린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스낵 '매운걸'을 롯데제과 이름으로 내놓은 바 있다. 현재 생산되지 않고 있지만 과거의 인연으로 롯데제과와 영업 제휴 논의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민지 기자 choimj@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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