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건설업계에는 연쇄부도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부도를 건설산업의 문제로만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국가경제위기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우리 경제에 대한 외신의 우려와 달리 정부는 외환보유고를 포함한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조하면서 큰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종종 피력해 왔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상황은 불과 한 달 전과도 확연하게 다르다.
예컨대, IMF는 10월 8일에 내년 세계경제성장률을 3.0%라고 발표했다가, 한 달 뒤인 11월 6일에는 다시 2.2%로 수정 전망치를 발표했다. 미국․유로존․일본 등 선진국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조정했다.
우리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치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10월 초 국회에 제출된 정부 예산안에서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4%대 후반 내지 5%로 전망했지만 민간경제연구소에서는 3%대 중반으로 예측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KDI 전망치는 3.3%로 내려앉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계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에 대한 전망도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세계 경제 위기를 초래한 시발점은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다. 현재 미국의 상황은 아직도 바닥에 도달하지 않았다. 금융위기 해소는 약 2년 정도 더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주택가격도 내년 말까지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본다. 이제는 주택과 금융만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도 금년을 넘기기 어려워 정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라고 해서 미국과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 것은 미분양 아파트라고 본다. 정부 공식통계로는 약 16만호가 미분양이라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약 25만 내지 30만호로 추정하고 있다.
미분양 주택의 정확한 규모를 모른다는 점은 파생상품으로 인한 손실규모를 알 수 없다는 미국과 유사하다. 그리고 미분양 문제가 바로 금융문제라는 것을 언론이나 일반국민들이 간과한 것도 문제다.
건설업체의 고분양가 책정을 미분양의 핵심원인으로 간주하고 분양가를 낮추라는 식의 요구만 난무해 왔다. 그 이면에 깔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문제는 이제야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다.
미국은 금융기관의 부도에서 기업 연쇄부도가 시작하고 있지만 우리는 건설업체의 연쇄부도가 금융기관 부실화로 전이되고 있다. 특히 건설업체의 부도는 2006년부터 매분기마다 적게는 50건, 많게는 100건씩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하도급업체나 중소건설업체다 보니 그 영향이 적었지만 이제부터는 대형건설업체의 부도로 연결되면서 국가경제 전체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체의 연쇄도산 다음에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주택․부동산가격의 급락과 가계대출 부실화 및 금융기관의 부실화 심화다. 건설산업의 위기가 국가경제 전체의 위기로 파급되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제는 시나리오별로 대처준비를 갖춰야 한다. 특히 우선순위와 타이밍, 강도의 문제를 짚어 보았으면 한다.
본격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기에 앞서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건설업체나 금융기관의 구조조정부터 먼저 시작했으면 한다. 그래야 기업의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있다.
시장상황의 악화를 기다리지 말고 선제적인 대책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시장이 100원을 필요로 한다면 150원을 내놓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국면에서는 그래야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이상호 GS건설경제연구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