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사회, 무선인터넷을 차단하라"

  • FT, '비집중 시각장애' 유발…주주 공격 대상 될 수 있어

"회의시간에는 무선 인터넷기기의 사용을 제한하라"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로트만스쿨(Rotman School)의 데이비드 비티 전략경영학 교수와 마크 웨버 조직행동학 부교수는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조직 내에서 진행되는 회의 때는 블랙베리와 아이폰 등 이메일 송수신이 가능한 무선 인터넷기기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신이 산만해져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 쉽다는 것이다. 두 교수는 특히 기업 이사회가 이런 기기의 사용을 막지 못하면 주주들이 부여한 의무를 위반하는 게 된다고 강조했다. 주주의 이익을 저버린 행동은 주주들의 공격 대상이 된다.

비티와 웨버 교수는 대부분의 조직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이 집중력이라고 지적한다. 또 사람들의 가장 취약한 능력 가운데 하나가 집중력 분산이라는 설명이다.

집중력 분산의 문제점은 최근 실험에서도 드러났다. 미국 유타대의 데이비드 스트레이어 교수 연구팀은 운전자가 주행 중에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경우와 법이 허용하는 만큼 술을 마신 뒤 운전하는 경우를 비교했다. 그 결과 주행 중 전화 통화를 하던 운전자가 추돌사고를 더 많이 냈다. 스트레이어 교수는 이를 '비집중 시각장애(inattention blindness)' 탓이라고 지적했다.

비티와 웨버 교수는 사람이 동시에 할 수 있는 두 가지 일을 습관적이거나 무의식적인 일 외엔 없다고 단언한다. 대화를 나누며 걷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회의 때마다 경영상 중요한 사안을 다루는 이사회에서는 습관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할 만한 일이 없다. 때문에 주주들은 비집중 시각장애를 가진 이사회를 탐탁치 않게 여긴다.

한 이사가 이사회 도중 이메일을 보낸다면 그는 집중력이라는 희소한 자원을 이메일에 쏟아 붓기 쉽다. 주주의 이익을 뒷전으로 미룬 이사의 행동은 태만으로 주주로서는 소송도 불사할 일이다. 인터넷 접속 기록이 남아 있는 이상 발뺌할 수도 없다.

문제는 이사 한 사람의 잘못이 이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행동에서 적절한 행동의 기준을 찾기 때문이다. 이사회 도중 무선 인터넷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문제 삼지 않으면 다른 이사들도 하나 둘 무선 인터넷에 접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비티와 웨버 교수는 기업 지배구조를 황폐화시키지 않으려면 지금 즉시 회의 중 무선 인터넷 사용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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