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다운'은 들어봤어도 '스펙업'이란 말은 못들어봤다."
아몰레드폰· 뉴초콜릿폰 등 최근 국내에 출시된 휴대폰이 해외 모델에 비해 낮은 사양으로 출시되자 소비자들이 내놓은 불만이다.
해외 모델에 탑재된 무선랜(Wi-Fi), 3.5파이 이어폰단자, GPS 등의 기능들이 국내 모델에서는 빠지는 이른바 '스펙다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전 세계 50개국에 내놓을 글로벌 전략폰으로 '제트폰'을 내세웠지만 국내에는 출시하지 않았다. 대신 무선랜 와이파이를 뺀 햅틱 아몰레드를 내놨다.
뉴초콜릿폰도 출시 전부터 스펙다운 논란이 거셌다. 국내 모델에는 와이파이를 빼고 지상파 DMB와 800만화소급 카메라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
이 같이 해외모델과 국내모델 간 스펙 차이에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심지어는 다운된 스펙에 가격은 오히려 해외보다 더 비싼 경우도 있었다.
제조사들은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불만에 "국내 사용 환경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대답 뿐이다.
이 같은 논란의 근원은 이동통신사가 주도하는 국내 휴대폰 유통구조 때문이다.
제조사와 이통사는 국내 출시 협상과정에서 이통사들의 수익에 불리한 기능들을 국내폰에는 넣지 않기로 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와이파이와 같은 기능을 탑재하면 이통사들의 무선데이터 수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통사와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같은 모델의 사양은 국내와 해외 차이 뿐만 아니라 이통사 간에도 틀리다.
뉴초콜릿폰의 경우 SK텔레콤 모델은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MP3파일을 그대로 재생할 수 없다. 반면 KT와 LG텔레콤용 모델에서는 가능하다.
KT용 모델에는 GPS가 들어있어 인터넷의 위치기반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나머지 두 통신사 모델에서는 GPS가 없다.
이는 통신사들이 운영하는 음원서비스나 위치정보 서비스의 수익을 위한 것이다. 이통사들이 자사 서비스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편리한 기능들을 제외해달라고 제조사에 요구한다는 것은 업계에 공공연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소비자의 편의보다 이통사의 서비스 수익에 중점을 두는 것은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통사의 이익과 제조사의 편의에 맞춰 이 같은 폐쇄적인 영업관행을 지속한다면 장기적으로 세계시장에서 도태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아주경제= 김영리 기자 miracl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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