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눈이 다르면 여행을 즐기는 재미도 다르다.
지난 연말 6박7일 일정으로 타이완을 다녀왔다. 이번 일정은 아시아나항공 협찬으로 ‘4인4색 타이완여행’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 4명이 뭉쳤다.
누구든지 타이완에 도착하면 랜드마크 101빌딩을 봐야 ‘아, 내가 타이완에 왔구나’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주목적은 무엇보다 101빌딩 신년 불꽃축제다.
타이완에 도착하자마자 101빌딩신년행사 사진 촬영을 위해 가장 좋은 장소가 어딘지 수배를 했다. 그런데 대만친구들 대답이 영 신통치 않다. “사람들 너무 많아서 가기 힘들거야…. 돌아오는 길도 쉽지 않고…. 집에서 TV로 보는 것은 어때?”라면 은근히 포기하라고 부추긴다. 그렇다고 물러설 내가 아니다. 마침 저녁 6시부터 좋은 자리들을 차지하고 신년 행사를 기다리고 있던 한국유학생 후배가 전화를 했다. “언니 천천히 오세요. 저희들이 좋은 자리 잡아 드릴게요.” 얼마나 반기운지 “고마운 녀석들….” 입가에 미소가 절로 퍼진다.
호텔에서 느긋하게 10시까지 쉬다가 지애윈을 타기위해 중산역으로 갔다. “악~” 중산역 주변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개찰구부터 통제하며, 한명씩 입장시켰다. 포기하고 싶어도 함께 가기로 한 일행 때문에 발만 동동거리며 101빌딩을 향한 더딘 전진을 계속했다.
101빌딩은 2009년 12월31일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382m 높이의 89층 전망대에 오르면 타이페이 전경을 모든 방향에서 가장 완벽하게 감상할 수 있다. 세계 유일하게 공개된 공기제동기는 페레로로세 초콜릿 모양의 황금색으로 직경 5.5m에 무게는 660t이다. 101빌딩이 어떻게 균형을 잡으며 건재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380개의 지하 지주, 이중 장막유리, 비상용 발전기 시스템, 방진설계, 방풍설계, 소방 설비 등 101빌딩 건축기술이 모두 공개돼있다. 91층 옥외 전망대는 날씨가 좋을 때만 개방하는데 높이 508m에서 느끼는 바람과 운무로 뒤덮인 하늘은 도시 한복판 101빌딩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감동이다.
건축 과정을 보여주는 91층 실내 상영관을 꼭 들러봐야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의 능력이 얼마나 놀라운지 새삼 감동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뭔가 시작하고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투지가 불끈 솟아올랐다.
타이완은 지진과 태풍이 많은 섬나라다. 그래서 101빌딩을 짓는다는 것은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101빌딩은 불가능의 장애물을 모두 극복했다. 지금은 이렇게 아름다운 바디라인을 과시하며, 타이완의 랜드마크로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101빌딩이 없었다면 타이페이는 참으로 심심했을 것 같다.
새해마다 101빌딩은 타이완을 찾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전 국민에게도 아주 소중한 존재다.
신년 불꽃 축제에서 보여주는 메시지는 언제나 긍정적이고 희망을 준다. 불꽃축제 마지막에 남기는 한 단어가 주는 의미 또한 가슴에 팍 꽂히기 때문이다. 2010년은 ‘LOVE, NEED…2010년은 TIEWAN UP’이었다. 우리나라도 KOREA UP이 되어야하는데….
우리 일행은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마침내 국부기념관에 도착했다. 차량을 통제해서인지 자리는 충분했다. 수많은 인파들이 끼리끼리 모여 앉아 덕담을 나누며 새해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외국인들도 많이 띄었다. 타이완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서양인들만 외국인이 아니다. 그래 나도 타이완에서는 외국인이구나. 하~하. 말만 다르지 타이완사람과 외모가 비슷해 서양친구들을 보고는 “멀리서도 구경 왔네.”라며 농담을 던지는 내가 어쩐지 우습게 느껴졌다. 나도 신년을 101불꽃축제와 함께 시작하려고 비행기 타고 왔는데…. 이런 나를 보면 대만은 익숙하고 편안하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다.
2010년 1월1일 그 시작을 기다리는 시간은 잠시였지만 아주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어느 한순간 온 세상 불이 다 커져 버렸다. 허걱! 암·흑·천·지
그 다음 순간 맨 아래 층부터 불이 들어오면서 신년 불꽃 축제가 시작됐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굳이 여기에서 와서 신년을 맞이하는지 그 이유를 알것 같다.
정말 아름다웠다. 태어나서 이렇게 아름다운 새해맞이는 처음이었다.
대만사람들은 불꽃이 터지는 순간 누군가에게 전화로 “新年快樂~”을 말한다.
‘그 전화를 받는 사람이 이 세상 가장 소중한 그 누구이리라’ 나도 한국에 전화를 하려고 보니 한국은 이미 01시이다. 애고 애고….
그렇게 나의 2010년은 타이완 101빌딩의 불꽃축복을 받으며 아주 특별하고 아름답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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