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무원으로 24년을 근무하고 명예퇴직한 A씨. 50대 중반에 은퇴해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러나 본인 소유의 아파트에 살며 매일 운동동호회에 나간다. 건강도 지키고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는 삶을 즐긴다. 가끔 외국에 여행도 다닌다.
원래부터 재산이 많았거나 투기에 성공한 일도 없지만 장성한 자녀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아도 생활비에 대한 걱정, 손자에게 줄 용돈 걱정을 하지 않는다.
A씨에게는 평생 동안 연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교사 생활을 시작할 때 의무적으로 가입한 공무원연금에 매월 일정한 액수를 강제적으로 납입했었다. 월 납입액 만큼의 금액이 아쉬웠지만 적응이 된 후에는 별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준비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다. 근무연한이 20년을 넘자 퇴직금을 일시금과 종신연금으로 선택할 자격이 주어졌다.
기간이 되지 않으면 일시금 수령만 가능하다. 50대 중반에 명예퇴직과 종신연금을 신청한 A씨는 그 때부터 제2의 인생을 풍요롭게 시작했다. “연금 덕분에 생활비 걱정을 하지 않아 좋겠다”는 주위의 부러움에 “대한민국은 좋은 나라다!”라고 대답하곤 한다.
A씨의 사례는 자칫 힘들고 비참할 수도 있는 노후가 연금으로 인해 얼마나 축복으로 바뀌는지 보여준다. 연금이 없었다면 명예퇴직을 신청하지도 못했으려니와 정년퇴직 후에도 직장을 구해야 했거나 자식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지워야 했을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임에도 일반적인 가정의 자금순위에서 노후자금은 항상 후위권을 차지하기 일쑤다. 당장 급한 일이 아니며, 사교육비의 지출로 여유가 없다는 이유가 등장한다.
과연 그럴까? ‘어떻게 되겠지’하는 막연한 기대심리와 회피심리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세상에서 돈과 관련해 저절로 해결되는 일이 얼마나 될까?
인식이 부족한 탓이기도 하다. 사실 옛날에는 ‘노후준비’라는 개념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보다 짧은 평균수명으로 인해 은퇴 후의 생존기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가족사회는 은퇴자에 대한 부담을 나머지 구성원들이 나누어 질 수 있었다. 노후의 복지가 가정 내에서 해결되었다.
그런데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수명이 길어지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2008년에 80세를 넘었다. 핵가족화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옛날 보다 긴 세월을 살아야 하지만 가족의 구성원은 그 수가 더 줄어들었다. 현재의 핵가족이 은퇴자의 긴 여생의 생활비를 감당하기에는 그 부담이 너무 크다.
질병이 생기면 부담은 더 커진다. 그래서 준비되지 않은 노후는 위험이자 재앙이다. 또한 질병이나 재해와 달리 노후는 건강하거나 재수가 좋으면 찾아오지 않는 위험이 아니다. 오히려 건강할수록 더욱 분명해진다. 수명을 누리는 이상 반드시 찾아오는 위험이다.
노후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자금이 빠듯하다면 일찍 시작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시간을 이용해 자금을 불려야 한다. 거기에 더해 복리의 효과를 이용하라. 40세부터 연 600만원을 6%의 연복리로 적립하면 60세 시점에 2억 3,395만원이 된다. 그러나 50세부터 시작하면 60세에 8,382만원이 된다. 10년에 무려 1억 5,013만원의 차이가 나지 않는가? 이것이 시간과 복리의 힘이다.
A씨의 풍요로운 오늘은 절대로 하루아침에 주어지지 않았다. 취업시점 그러니까 노후준비에 대한 인식이 약하던 시절부터 꾸준히 연금을 적립했다. 이 연금이 이제 ‘자식보다 나은’ 역할로 A씨의 삶을 뒷받침한다. 오랫동안의 준비가 결실을 보는 중이다.
자식에게 짐이 되거나 궁핍한 노후를 보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라.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손제민 삼성생명SA lucky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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