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충남 천안 두정동에 지난해 11~12월 아파트 계약자 중 추첨을 통해 1명에게 대형승용차(그랜저TG)를 주겠다는 아파트가 나타났다. 유명브랜드인데다 서울 1호선 두정역이 가까운 좋은 입지로 분양에 큰 문제가 없어보였지만 입주를 앞두고도 계약률이 저조하자 고가의 경품을 내걸은 것이다.
현재 이 아파트는 입주가 시작돼 많은 주민이 산다. 하지만 아직 134~188㎡의 대형 아파트는 계약률이 낮다. 101~118㎡의 중형 아파트도 일부 미달된 상태다. 인근 공인중개사에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매물이 넘쳐난다.
지난 24일 찾은 천안 지역 부동산 시장은 극도로 침체돼 있었다. 두정동 사정은 그나마 가장 양호했다.
충남 천안에서 분양 중인 한 아파트의 계약 조건. 프리미엄 보장제, 계약금 정액제 등은 천안권 아파트 분양에서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다. |
특히 천안의 신방~용곡~청당~청수 라인의 분양 시장은 심각하게 침체됐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분양 시 고가의 경품은 기본이었으며 분양가 인하와 전세 전환도 많았다.
B건설이 시공 중인 용곡동의 한 아파트 단지는 잔여 물량 분양가를 3.3㎡당 평균 760만원에서 640만원으로 120만원 낮췄다. C건설도 5억원대 신방동 미분양 주택을 1억1000만원 할인해 3억9000만원에 내놨다.
천안에서 중도금 무이자와 발코니 무료확장 등의 혜택은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분양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일부 중소 건설사는 분양을 포기하고 그나마 수요가 있는 전세로 전환했다.
용곡동의 한 Y공인 관계자는 "천안에서 분양에 조건이 별로 없으면 바로 '간 큰 업자' 소리 듣는다"며 "분양가 이하로 팔아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정부가 '주택 미분양 해소 및 거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방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한 정부 지원이 골자다.
하지만 실제로 방문해 본 지방에서는 큰 기대를 갖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활발했다.
천안 불당동의 B공인 관계자는 "경기가 활발할 때 KTX·수도권전철 등으로 (천안의) 유입인구가 늘 걸로 예상해 여러 건설사가 분양을 했다"며 "하지만 대규모 물량,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며 천안 부동산 시장은 최악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지방 주택 시장을 살리기 위해 미분양을 매입하고 거래를 늘리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준공 후 미분양에 대한 대책 등이 미약하다"고 덧붙였다.
청수동의 C공인 관계자도 "여기 사람들은 거래가 없어 이사 가기도 힘들다. 미분양이 너무 많다"며 "정부의 이번 주택 시장 활성화 방안(4·23 대책)이 지방을 살릴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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