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투자 전문가 상당수가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글로벌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1001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그리스의 디폴트 사태를 우려했다. 또 응답자 40% 이상이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에서 쫓겨날 것으로 내다봤고 60% 이상은 향후 3개월 동안 미국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1조달러 규모의 지원책이 그리스의 디폴트를 막아줄 것이라고 기대한 응답자는 23%에 불과했다.
제프 마슨 오데이자산운용 매니저는 "유로존이 붕괴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며 "단기간 유로화가 조정국면을 거치며 소폭 상승할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이 형평성을 찾게 되면 유로화는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포르투갈(응답률 35%), 스페인(25%), 아르헨티나(31%) 등도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로 점쳐졌다.
펀드운용사인 프레본캐나다의 알바로 테이세이라 남아메리카지역 대표는 "현재 스페인은 신흥국가들이 지난 20년간 겪은 것과 유사한 경제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스페인은 높은 국가채무와 실업률로 사회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유로화 가치는 스페인 경제를 지탱하기 힘들 정도로 지나치게 높다"고 말했다.
때문에 응답자의 15%는 스페인이 유로화에 대한 부담감으로 유로존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발 위기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에 대한 신뢰도도 하락했다.
이번 조사에서 트리셰 총재에 대한 지지도는 지난 1월에 비해 19%포인트 떨어진 41%를 기록했다. 반면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6%가 지지를 보냈다.
유니크레딧그룹의 사이릴 보우딘 파생상품 트레이더는 "트리셰 총재는 그리스를 지원하기 위해 ECB의 독립성을 훼손시켰다"고 말했다.
또 85%는 이번 유럽의 재정위기가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다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유럽위기로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내년까지 미룰 것으로 보인고 전망했다.
블룸버그가 최근 이코노미스트 65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최저 수준의 인플레이션 및 높은 실업률 추세에 Fed가 내년까지 금리 인상을 미룰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 범위는 2.9~3.1%로 예상했다. 아울러 올해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1.1%로 예상했으며 실업률은 9% 이상으로 전망했다. 또 유럽의 재정위기 사태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나리만 베라베시 IHS글로벌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어떤 금리 인상 움직임도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걱정은 없지만 미국 경제의 성장 모멘텀에 대한 우려가 일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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