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집을 헐값에 내놓는 '땡처리'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14일(현지시간) 부동산정보업체 트룰리아의 보고서를 인용, 지난달 전체 주택 매물 가운데 한 차례 이상 가격을 낮춘 매물 비중이 30% 이상인 주(州)가 21곳에 달했다고 전했다. 10개주에 그쳤던 5월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 50개주 평균 주택가격 할인폭은 10%였고 총 할인액은 273억달러에 달했다.
지난달 할인 매물 비중이 가장 높았던 곳은 미네소타주 최대 도시인 미니애폴리스였다. 시장에 나온 주택 중 30% 이상 가격을 내린 매물이 40%에 달했다. 평균 할인폭은 9%로, 전체 매물 가격에서 3000억달러가 빠진 셈이다.
이어 위스콘신주 밀워키(39%), 텍사스주 댈러스(38%), 매사추세츠주 보스턴ㆍ메릴랜드주 볼티모어(34%) 순으로 덜이로 내놓은 매물 비중이 높았다.
미시건주 디트로이트는 할인 매물 비중이 19% 그쳤지만 평균 할인폭은 50개주 가운데 가장 큰 26%에 달해 자동차시장의 침체를 반영했다. 기존 가격에서 털어낸 액수가 가장 많은 곳은 뉴욕으로 주택 소유자들은 무려 4억4300만달러를 포기했다.
피트 플린트 트룰리아 최고경영자(CEO)는 "주택 소유자들은 올 여름을 고비로 경기회복세가 급격히 떨어지고 주택 재고는 급증할 것으로 보고 경쟁적으로 매물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는 최악의 경제지표가 쏟아지고 있다. 고용·주택지표는 말할 것도 없고 꿋꿋했던 소비자신뢰지수와 제조업지수마저 꺾이면서 더블딥(이중침체)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주택재고는 5%나 늘었다. 켄 슈먼 트룰리아 대변인은 "수요를 떨어뜨리기에 딱 좋은 상황"이라고 했다.
알렉스 배런 하우징리서치센터 선임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말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한 세제 지원 혜택마저 끊기면서 주택시장에 처음 나서는 이들은 아예 사라졌다"고 전했다.
텍사스주 칼리지스테이션에서 주택 중개일을 하는 레일린 루이스는 집을 파는 것은 물론 사는 것도 훨씬 어려워졌다고 했다. 현금난이 심해진 탓이다. 그는 집을 사겠다고 나섰다가 모기지 처분 비용과 중개 수수료 등을 마련하지 못해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자취를 감추는 고객이 한둘 아니라고 전했다.
슈먼은 "미국 주택시장에 수요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집을 당장 팔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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