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은행권이 법인·개인을 상대로 제소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
20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거래 법인이나 개인을 상대로 제소한 건수는 지난 6월 말 현재 679건(채권회수·관리활동 등 단순소송 제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말의 515건(추정치)에 비해 31.8%(164건) 늘어는 규모다. 소송가액으로는 같은기간 8071억원에서 1조3647억원 69.1%(5576억원)나 증가했다.
은행의 제소가 늘어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진 기업과 개인들의 채무 불이행 사고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출고객의 채무가 연체되면 부득이하게 제소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며 "금융위기 이후 채무상태가 불량해진 고객에 대한 제소 사례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지난 2008년 말 94건에서 지난 6월 말 100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소송가액은 4256억원에서 7763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95건에서 112건으로 17건 증가했다. 소송가액은 461억원 928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89건으로 20건(17000억원) 가량 늘었다. 하나은행은 378건으로 건수는 122건 늘었으나 소송가액은 1226억원으로 520억원 가량 감소했다.
은행이 피소 당하는 사례도 소폭 증가했다. 금융위기 이후 외환파생상품 손실이나 펀드 수익률이 급감 등 불완전판매에 대한 고객의 불만이 늘었기 때문이다.
6월 말 현재 이들 은행의 피소 사례는 713건으로 지난 2008년 말의 678건에 비해 35건 증가했다. 건수는 증가했지만 소송가액은 1조6632억원에서 1조5964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190건(1847억원)에서 260건(2054억원)으로 늘며 금융위기를 겪으며 가장 많은 소송에 휘말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180건으로 5건 감소했으나 소송가액은 1조179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우리은행은 26건 감소한 160건(904억원)을 기록했으며, 하나은행은 113건(1215억원)으로 4건 감소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피소는 채무자가 채무를 부인하거나 고객이 은행 때문에 손해를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일부 은행의 펀드 불완전판매나 외환파생상품인 키코 관련 손실을 입은 기업들의 소송이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은행이 소송과 관련해 적립한 충당금은 6월 말 현재 2169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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