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아이폰 4G로 촬영한 영화를 일반 관객에게 선보인다는 기발한 발상에 영화인들이 동참해 만든 영화 12편이 6일 광화문 KT올레스퀘어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날 공개된 영화들은 아이폰 같은 새로운 '장비'가 영화의 가능성을 넓혀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짧게는 3분에서 길게는 8분에 이르는 이 영화들은 일반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서 상영하기에는 부족할지 몰라도 소극장 화면에서는 충분히 감상할 수 있을 정도였다.
소리를 동시에 녹음하기 어려운 휴대전화의 특성 때문인지 이날 상영된 영화 가운데 '슈퍼 덕후'(임필성), '농반진반'(정정훈), '좀비헌터'(홍원기)를 제외하면 나머지 영화들은 대사가 거의 없고 이미지가 중심이었다.
또 아이폰을 들고 촬영하다 보면 화면이 흔들릴 수밖에 없어서 감독들은 고정된 화면으로 영화 대부분을 채웠다.
일반 영화와 비교하면 화면이 거칠고 미묘한 색감을 표현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셀카' 촬영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이색적인 화면을 만들 수 있게 했다. 이준익 감독을 주된 피사체로 삼아 그의 영화 '평양성' 촬영 현장을 담은 '농반진반'에서 이 감독이 아이폰을 들고 숙소에서 과자를 먹으면서 빈둥대는 모습을 찍은 장면은 기존 영화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색다른 장면이었다.
'세로본능'(이호재)에서도 두 남녀 배우는 마지막에 셀프 카메라를 찍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직접 촬영했다.
특히 '세로본능'은 영화 내내 휴대전화를 세로로 들고 찍은 화면을 옆으로 돌린 독특한 형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호재 감독은 자신의 부인이 휴대전화를 세워서 딸을 찍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그는 "이 영화를 휴대전화로 보면 보고 싶은대로 눕혀서 볼 수도 있다. 관객이 프레임을 정할 수 있는 매체가 휴대전화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감독들은 아이폰같이 동영상 기능이 뛰어난 휴대전화를 영화를 찍는 것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며 입을 모았다.
'맛있는 상상'에서 다채로운 요리를 화면에 담은 봉만대 감독은 "오늘 다른 감독의 영화도 처음 봤는데 색깔이 주는 미학이 있다. 아이폰의 매력은 접사 촬영과 색이다"면서 "원색적 느낌을 잘 잡아내기 때문에 극 중에서 음식도 다양한 색을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정윤철 감독은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자신만의 창작 세계를 여는데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으로 만든 영화 12편은 9~31일 광화문 올레스퀘어 상영관에서 열리는 '아이폰 4 필름페스티벌'과 행사 홈페이지(www.iphone4filmfestival.co.kr),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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