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영은·이혜림 기자) '행복도시 세종시'가 '유령도시'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세종시 첫마을 분양을 앞두고 있지만 앞 날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형국이다.
오는 2014년까지 36개 중앙 행정기관 및 소속기관과 16개 공공기관이 이전키로 돼 있지만 정작 주거시설을 건설해야 할 건설사들은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토지대금을 납부하지 않은 채 사업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업계 등에 따르면 세종시의 공동택지(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는 땅)는 이미 토지조성이 끝난 상태이지만 민간건설사들은 착공에 나서지 않고 있다.
당초 LH에서 택지를 공급받은 건설사들은 오는 2012년까지 1만2000여가구의 공공주택을 건설하기로 했으나 정부가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면서 사업성이 악화돼 착공에 나설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연체된 토지금액은 총 5500억여원으로 이는 전체 토지대금의 64%를 차지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컨소시엄 형태로 들어간 업체까지 합하면 30여개 정도 되는데 다들 말은 못해도 계약해지를 하고 싶어하는 눈치지만 최악의 상황까지야 가겠느냐"며 "최근 현대 등 10개 건설업체가 택지가 인하, 연체료 100% 탕감, 희망시 계약해제 등을 요구했지만 국토부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전부 수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가장 큰 문제는 (LH가) 토지를 너무 비싸게 공급했다는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계약을 해지하자니 계약금을 못받을 상황이고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건설사들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 모두 수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토지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세종시 개발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기관이 이전한다 하더라도 정주시설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결국 반쪽짜리 사업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LH관계자는 "건설사 측은 수요가 없을 거라 생각해서 사업성이 불투명하다고 하지만 그것이 우리와 업체의 시각차이다"며 "이번 첫마을 아파트 분양 결과를 보고 더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체이자 탕감이나 설계공모 내용 완화 등의 내용은 별도로 검토하려고 생각 중"이지만 "토지대금 인하 요구에는 응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민간 건설사의 경우 땅값 연체비 등을 부담하면 평당 분양가가 850만원은 돼야 하는 상황인데 LH는 600만~700만원 대에 분양을 한다고 하니 가격 경쟁력이 극히 떨어진다"며 "특히 인근의 조치원 등의 아파트 시세가 50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세종시 첫마을의 분양 성공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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