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연쇄적으로 구렁텅이에 빠진 사건이 G20 각국 정상의 뇌리에 또렷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IB)이던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은 부동산 호황기에 건전성은 제쳐놓은 채 앞뒤 재지 않고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자산을 마구 늘린 결과에서 비롯했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제2의 리먼'이 나타나지 않도록 `시스템상 중요한 금융회사'(SIFI)에 대해 강도높은 건전성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대형 은행 규제 `바젤Ⅲ+α'
11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등에 따르면 SIFI 문제를 다루는 금융안정위원회(FSB)는 지난달 G20 경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통과된 SIFI 규제 관련 보고서를 이번 정상회의에 제출했다.
정상들은 FSB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SIFI를 일반 금융회사와 구분 지어 건전성 규제의 강도를 더욱 높이는 쪽으로 의견을 수렴, 12일 발표할 `서울 선언'에 이를 반영할 계획이다.
특히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재무차관·셰르파 회의에서 SIFI에 대해 더 강력한 규제책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져 내년부터 가시화하는 SIFI 규제안이 예상보다 강력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다.
SIFI가 아닌 일반 금융회사에 대한 자본과 유동성 규제인 `바젤Ⅲ'가 종전의 `바젤Ⅱ'보다 한층 까다롭게 정해진 가운데 SIFI에 대해서는 바젤Ⅲ에 추가 규제를 적용하면서 그 강도를 더 끌어올리겠다는 것.
가장 건전성이 높은 보통주 자본의 비율을 예로 들면 지금까지 바젤Ⅱ에서는 금융회사의 규모를 가리지 않고 2.0%로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이 비율이 7.0%로 높아지고 SIFI는 여기에 `+α'를 요구하는데 이 `+α'의 폭이 상당할 것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현재 FSB가 마련 중인 SIFI 분류 기준 역시 너무 엄격하면 상당수 대형 금융회사가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기준을 조금 낮추는 방안도 예상해볼 수 있다.
◆`대형 금융회사' 기준이 관건
하지만 SIFI를 분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SIFI로 분류될 금융회사들은 세계 곳곳에 영업망이 뻗어 있는 다국적 회사지만, 본래 국적은 대부분 미국과 유럽 소재이기 때문에 자국의 금융산업 위축을 우려한 선진국들이 합의 과정에서 어깃장을 놓을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소식으로는 FSB가 자산 규모에 따라 금융회사를 여러 단계로 나누고 이 중에서 자산이 많은 금융회사 가운데 대외 익스포저(위험 노출)가 큰 곳을 중심으로 SIFI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6일 기자들과 만나 "현재 FSB에서 논의되는 것은 국제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G-SIFI'"라며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어느 규모까지 이러한 G-SIFI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주로 다룰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어떤 금융회사가 `G-SIFI'로 분류될 것인지 추측하는 보도도 나오는 상황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씨티그룹, HSBC, 바클레이즈,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스탠다드차타드, UBS, 크레디트스위스, 소시에테 제네럴, BNP파리바, 산탄데르, BBVA, 도이체방크, ING 등을 `G-SIFI'의 유력한 후보라면서 중국과 일본계 은행은 규모는 크지만 대외 익스포저가 작아 제외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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