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값 더 떨어지나…글로벌 광산업계, "몸사리자"

  • 中 수요 부진에 구리값 상승세 주춤…옵션 거래 통한 헤징 성행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구리값 급등으로 호황을 누려온 광산업체들이 최근 구리 가격 오름세가 주춤하자 파생상품 거래를 통한 헤징(위험회피)에 나서고 있다.

구리 선물 가격 추이(뉴욕상업거래소·파운드당 달러)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상품시장 투자자들이 최근 수개월간 구리값을 띄어 올린 중국 수요의 강도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구리는 산업 전 부문에서 쓰임이 커 글로벌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지난 1년간 가격이 17% 급등했다. 세계 경제 회복세를 주도해온 중국의 수요가 구리값 상승의 든든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구리 가격은 최근 한 달새 5% 가까이 빠지는 등 지난 2월 t당 1만190 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8% 급락했다. 중국 정부가 과열을 우려해 신용시장을 옥죄면서 구리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지난달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과 중동 소요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도 구리값 상승에 제동을 걸었다.

한 투자은행의 금속 담당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구리 거래가 주춤하면서 중국 내 창고에는 다시 재고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프리포트맥모란, BHP빌리턴, 엑스트라타, 앵글로아메리칸 등 세계적인 광산업체들은 올 초부터 헤징 수단을 동원해 구리값 하락에 맞서기 시작했다. 헤징 대상도 은과 알루미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최근 수년간 헤징 규모를 줄였던 것과 다른 행보다. 광산업체들은 호황인 상품시장에 대한 투자 규모를 늘리라는 주주들의 요구로 한동안 수십억 달러를 들여 헤지 물량을 되사들였다.

프랑수아 콤브 소시에테제네랄 상품거래 부문 대표는 “헤징 수요는 한동안 시들했지만 이젠 상황이 변했다”며 “최근 광산업체들의 헤징 규모는 적어도 5년 전에나 볼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같은 헤징 움직임이 구리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광산업체들이 헤징 수단으로 특정 가격에 구리를 팔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 옵션 거래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들의 헤징 규모도 생산량 전망치의 4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구리값 상승 기대감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블룸버그통신이 설문조사한 24명의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구리의 공급 부족량이 2004년 이후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며, 구리 가격이 연말까지 t당 1만1000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주말 종가보다 18% 오른 것으로 구리난이 정점에 달했던 2004년에는 1년새 37%나 급등한 바 있다.

크리스틴 툭센 단스케방크 애널리스트는 “경제 회복세가 세계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적어도 연내에는 새로운 구리 광산이 발견될 가능성이 없다”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 향후 수년간 구리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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