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력난 불똥 '자판기'로

  • 이시하라 지사 "자판기 없어도 돼"<br/>도쿄도 의회 '자판기 냉각 규제' 조례 추진

(아주경제 이가영 기자)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에서 전력난이 심화하자 자동판매기의 절전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7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도쿄(東京)도 의회에서는 자판기의 냉각기능을 규제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추진하고 있다. 도쿄도 의회의 이런 움직임에는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의 최근 발언이 촉매로 작용했다.

신타로 지사는 지난 10일 4선에 성공한 뒤 밝힌 '자판기 불요론'을 통해 "(일본처럼) 자판기가 늘어서 있는 바보같은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며 "찬 음료를 마시려면 자기 집에서 마시면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조례안은 전기수요가 급증하는 오는 7~9월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사이에 자판기의 냉각기능을 정지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6월 이를 도의회에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국청량음료공업회는 전력 소비가 절정에 이르는 오후 1~4시에 냉각기능을 일시 중단하는 '절정시간 중단(피크 커트) 기능'이 있는 자판기도 있다며 자판기 냉각 규제 움직임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실제로 공업회는 약 20년전부터 자판기의 절전기능을 높이는 데 주목, 조명을 줄이거나 단열재를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난 20년간 자판기의 소비전력을 약 60% 절감했다.

일부 음료업체들도 최근 자판기의 소비전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 코카콜라는 지난 15일 오는 6월 초부터 9월 말에 걸쳐 도쿄전력 관내 자판기 약 25만대를 그룹별로 나눠 순차적으로 냉각 운전 정지 시간을 기존 3시간에서 2~3시간 더 연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산토리와 아사히 음료 등도 이에 동참할 계획이다.

일본 자판기공업회에 따르면 자판기로 인한 일본 내 청량음료 매출은 연간 약 1조9000억 엔에 이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과도한 음료 자판기 규제가 자숙 분위기로 위축된 일본 국민의 소비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편 도쿄전력 관내 자판기는 87만대로 최대 소비 전력은 약 26만KW다. 도쿄전력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발전량 46만KW의 절반이 넘는다. 단순 계산하면 자판기 87만대의 냉각기능을 중단하면 원전 0.5기 분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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