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회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 여론조사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압도했던 칸의 복귀는 내년 프랑스 대선 판도를 뒤집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권 복귀에 대한 프랑스 내 여론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사회당에서는 칸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내 대선 후보 경선 경쟁자들도 칸의 복귀를 반기고 있다.
하지만 성추문 사건으로 칸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만큼 조속히 그의 무죄가 입증되지 않는 한 내년 대선 도전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프랑스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칸이 내년 프랑스 대선에 나서는 데는 피해 여성의 진술에서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단서를 포착한 미국 뉴욕 검찰의 공소 유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佛 사회당, 칸 대권 도전 문 활짝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랑스 사회당이 칸이 다시 대권에 도전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3일(현지시간) 전했다.
프랑스 사회당 당수로 대선 경선 후보인 마틴 오브리는 "칸의 가택연금 해제 소식에 큰 기쁨을 느낀다"며 "그가 곧 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프랑수와 홀란드도 칸을 위해 경선 일정을 미룰 수 있다고 밝혔다. 사회당은 올해 프랑스 정당 가운데 최초로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뽑는다. 경선에 나서려면 오는 13일까지 후보 등록을 해야 한다.
사회당 대변인은 이날 경선 일정을 미루는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화한 게 없지만, 수일 내에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당 당수이자 대선 주자인 마르틴 오브리는 이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고 FT는 전했다.
◇정계 복귀 놓고 찬반 의견 팽팽
하지만 칸의 정계 복귀에 대해서는 프랑스에서 팽팽한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현지 신문의 긴급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 프랑스가 칸 전 총리의 내년 대선 출마 여부를 놓고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르파리지앵은 이날 해리스인터렉티브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9%가 칸의 복귀를 원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반면 반대 의견도 45%에 달했다.
또 43%는 칸의 복귀를 위해 사회당이 대선 후보 경선일정을 미뤄야 한다고 답했고, 49%는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좌파계열 응답자 가운데도 경선 일정을 미뤄야 한다고 답한 이는 51%에 그쳤다.
블룸버그는 프랑스 정치권 안팎에서는 칸의 대선 도전 가능성을 아직 낮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클로드 바르톨로네 사회당 의원은 "상황이 이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무죄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칸이 정치권에 복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지가 너무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칸의 측근인 피에르 모스코비치 사회당 의원은 이날 현지 언론과의 회견에서 "칸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을 것이기 때문에 (정치권 복귀 등) 다른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美 검찰 공소유지 여부가 관건
때문에 사회당 경선 후보 등록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칸이 대권에 도전할 수 있으려면 미국 뉴욕 검찰의 공소유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피해 여성의 신뢰성이 곤두박질 친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검찰이 공소를 취하하는 것을 포함, 몇 가지 다른 대안을 선택해야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AP 등이 이날 전했다.
우선 검찰은 칸 측과 경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중죄에 대해 형벌을 감경하는 양형 거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성폭행 여부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 없이 피해 여성의 증언에 신빙성이 떨어져 가능 상황을 감안하면, 오히려 칸 측이 양형 거래를 거부하고 재판에서 승부를 보는 쪽을 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검찰이 재판부에 사건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지만 당장 기소를 취하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검찰의 부실수사와 성급한 기소에 대해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맨해튼 검찰 측은 관련 정황이 모두 드러날 때까지 수사를 계속 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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