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던 미국 경제는 유럽 재정위기에 맞물려 활기를 잃고 있다. 지난달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2% 줄어 두 달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국의 경착륙 공포는 여전하다. 선진국들이 지지부진하자 그 여파는 신흥국 실물경기에까지 퍼지고 있다. 유럽은행의 자금 회수에 신흥국 금융시장은 출렁이고 수출 감소로 무역지표도 하락세다.
14일 세계은행(WB)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발표한 ‘글로벌 경제전망(GEP)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유럽발 위기로 2.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에 비해 0.2%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보고서는 “올 4월까지는 글로벌 경제가 비교적 좋은 상태였으나 5월 들어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해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고 설명했다.
당장 18~19일까지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성장을 위한 새로운 부양책이 논의될 전망이다.
유로존 위기 확산에 대응할 국제통화기금(IMF) 재원 확충 등 방화벽 강화 방안과 세계 경제 회복과 성장을 위한 거시정책 공조, 국제 금융체제 강화 등이 골자다.
이번 회의에서 정상들이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부양책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 않겠냐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미국의 경제가 성장하고 있으나 고용을 늘리려면 정부의 부양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두 가지 방안은 이번 달 종료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정책의 연장과 주택저당채권(MBS)을 연준이 사들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2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국도 경기부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달 하순 원자바오 총리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정책 최우선 순위로 놓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부양단계로 진입했다.
중국은 4년 만에 기준금리를 내리고, 전자제품 구입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등 통화·재정 정책을 동원해 경기 살리기에 나섰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여타 신흥국가들로 번지면서 신흥국들도 경기부양에 나섰다.
브라질 정부는 급여소득세를 줄여주는가 하면, 13억 달러 규모의 세금감면안도 내놓은 상태다. 또 올 들어 네 번이나 기준금리를 인하해 사상 최저 수준인 8.5%까지 끌어내렸다. 인도 역시 지난 4월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내렸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시장이 춤추는 것은 물론, 유럽 쪽 수출은 이미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정부가 할 일이 마땅히 없다고 지적한다. 오석태 SC상무는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는 게 맞지만 이미 올렸어야 할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더 이상 내릴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그간 ‘성장을 중요시하는 총재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금리를 제때 올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자고 나서고 있지만, “추경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다만 하반기 재정투입 부족에 대해 정부 운영기금 증액 방식으로 경기방어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달 말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증액 방식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