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물자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국과 중국은 하나의 소비시장으로 묶이고 있다. 특히 한국을 찾는 중국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내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한국을 방문한 중국 여행객은 전년 동기보다 36% 증가했다. 중국인들의 국내 소비 촉진을 유도한 일등공신은 지갑 속의 신용카드다.
22일 중국 현지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에서 발행된 은련(銀聯) 제휴 카드가 260만장을 넘어섰다. 은련카드는 중국 내 88개 은행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국영 신용카드사로 사실상 중국 신용카드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비씨카드와 롯데카드, KB국민카드 등이 은련 제휴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은련카드와 가장 먼저 제휴를 맺은 비씨카드의 경우 지난 7월 말 현재 180만장의 발급 실적을 기록 중이다.
단순히 발급 건수만 많은 게 아니다. 중국 여행객들이 국내에서 평균 소비하는 금액은 일본과 싱가포르보다 많아졌다.
올 들어 국내 은련 제휴 카드 매출액은 8273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 7459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국내에서 은련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가맹점 수는 30만개 이상이며, 명동 등 전국 20개 상권은 ‘은련카드 결제 무장애 지구’로 선정됐다.
중국인들이 국내에서 은련 제휴 카드로 결제할 경우 위안화를 원화로 환전할 때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환전금액의 1~2%)가 면제된다.
또 은행은 물론 편의점에 설치된 자동화기기에서 수수료 없이 현금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과 신라면세점 등 다수의 가맹점에서는 은련 제휴 카드로 결제하는 고객에 대해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은련 제휴 카드의 이같은 소비 촉진 효과에 국내 카드사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은련카드와 제휴를 맺은 국내 카드사 관계자는 “당초 은련카드와 제휴를 추진할 때 기대한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 중국으로 여행이나 유학을 갈 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었다”며 “국내 소비에 이처럼 기여하게 될 지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의 국내 소비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중국은 물론 전 세계 20여개 국가에서 발행된 은련 제휴 카드가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다.
중국 현지 금융권 관계자는 “은련카드의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한국의 내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라며 “앞으로 한중 양국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련 제휴 카드를 활용한 소비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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