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씨암탉 잡아먹는 우를 범해서야

  • 조영훈 산업부장 겸 부국장

아주경제 조영훈 기자= 미국에서는 오바마가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고, 시진핑은 중국의 당 총서기 겸 군사위 국가주석으로 등극했다. 이제 우리도 1개월 뒤에는 새 대통령을 뽑게 된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후폭풍 가운데 이뤄진 선거에서 미국은 '경제'가 가장 큰 이슈로 부상돼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우리의 상황을 보면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선거정국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서 보편적 복지 논쟁에 이어 경제민주화가 새로운 시대 이념으로 떠오르다보니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세 분의 대권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에서 큰 차이점을 찾아내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어느 후보가 더 유리한 고지를 점유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모 재벌그룹의 회장은 '배임' 혐의로 구치소에서 영어의 생활을 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을 향한 칼날을 더 야무지게 휘두르고 있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앞으로 경기가 살아날지를 지켜볼 수 있는 가늠자인 '투자지표'는 악화일로다. 이 모든 것이 대선정국으로 들어가면서 시작된 '이념'에서 출발한 대기업 옥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이 지경이 되면 정말 '경제가 걱정스럽다'는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원화 강세는 수출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조선과 중공업, 화학, 철강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애널리스트들이 예측하는 내년도 기업실적 추정과 각종 연구소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더 나빠졌다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걱정만 할 일은 아니다. 대권후보 3명 가운데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경제 먼저 살리겠다"는 구호가 취임사에 담길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실 적자재정을 펼치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서 MB 취임 초기처럼 대규모 '토목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경기 악화의 영향으로 세수의 만성적인 부족 상황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1개월여의 멈춰버린 시간이 가져올 후유증도 걱정이다. 예년 같으면 이맘 때쯤 기업들은 신년도 사업계획을 확정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선거의 영향으로 올해는 이마저도 뒤로 늦춰지는 분위기다. 공무원들도 대선 결과를 기다리며 '복지부동'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쟁국인 미국과 중국 양강이 각각 재정절벽 해소와 경기부양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발 늦은 우리의 대응이 가져올 후유증이 걱정스럽다.

다행히 글로벌 유동성은 풍부하고 기업들이 저리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은 조성돼 있다. 기업이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치지도자들이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세수가 부족하면 법인세를 포함한 세수를 늘리는 방법을 강구하면 된다. 다만 기업들이 이익을 내지 못한다면 법인세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치인과 정당인은 '정권 창출'이 최대의 목적이지만, 그것 때문에 씨암탉을 잡고 있는 게 요즘 우리 현실이 아닌가 싶어 개탄스럽다. 우리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조직과 컴플라이언스, 사업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이 경제위기 이후 더 치열해진 경쟁에서 살아남아 '한국 경제성장의 견인차'가 될 수 있도록 국가 역량을 재정비했으면 한다. 정치인들이야 한 달 동안 집권을 위해 올인하겠지만 한국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공무원들이라도 미리미리 내년을 대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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