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정당역사가 긴 미국에서도 올해 큰 징크스 하나가 깨졌다.
이른바 ‘레드스킨스 징크스’는 워싱턴DC의 미 프로풋볼(NFL)팀인 워싱턴 레드스킨스가 투표일 직전에 열린 홈경기에서 승리하면 현직 대통령 혹은 현직 대통령 소속 정당의 후보가 당선되고, 패하면 야당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대선을 이틀 앞두고 열린 경기에서 레드스킨스는 원정팀 캐롤라이나 팬더스에 패했지만,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다.
새누리당 박근혜·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캠프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했던 경험만을 내세우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상대방의 징크스를 깨뜨려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13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어떤 징크스가 깨지고, 남아 있을까.
◆새누리, 야권 단일화·출신지 징크스
새누리당은 상대 진영 주요 후보들이 단일화에 성공하면 패했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자민련 김종필 후보가 ‘DJP연합’에 성공한 1997년 대선,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했던 200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잇따라 졌다.
반면 1987년에는 통일민주당 김대중 후보가 김영삼 후보와의 경선 결과에 불복, 평화민주당을 창당해 독자 출마했을 때는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2007년 대선에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에 실패했다.
새누리당이 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단일화에 맹공을 퍼붓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선규 선대위 대변인은 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본인들이 아무리 단일화라고 주장해도 국민들이 ‘아름다운 단일화’로 인식하고 있지 않고 있다”면서 “야권은 단일화 이벤트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했지만, 오히려 ‘결렬’되면서 구태정치로 귀착, 큰 힘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권이 총결집되고 있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또 지난 4·11총선에서 이긴 것이 대선 패배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대선이 있는 그해에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승리한 쪽이 막상 ‘본선’에선 패배했다.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가 작동한 것이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민주자유당은 무려 72석이나 잃었지만, 같은 해 대선에선 민자당 김영삼 후보가 대통령에 올랐다. 2002년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압승했으나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몫이었다.
1987년 직선제 실시 후, 같은 지역 출신이 연달아 대통령이 된 적이 없다는 ‘출신지 징크스’도 새누리당을 긴장케 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이 ‘노태우(TK)→김영삼(PK)→김대중(호남)→노무현(PK)→이명박(TK)’ 순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대구·경북(TK) 출신인 박 후보가 아닌 부산·경남(PK) 출신 후보가 될 거라는 주장이다.
◆민주, 여론조사·10년 정권주기설 악재
민주당은 문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된 직후 실시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에게 계속 뒤지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악재다.
1987년 이후 약 3주일 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1, 2위 순위가 역전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차범위 내의 박빙의 승부는 있었지만, 문 후보가 박 후보를 이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2002년 대선 당시 단일화가 발표된 후, 노무현 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앞서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대선까지 이어졌다.
2007년에도 공식 선거운동 기간의 여론조사대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무소속 이회창·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따돌렸다.
민주당은 10년마다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는 ‘10년 정권주기설’도 극복해야 한다.
1987년 이후 노태우-김영삼 정부가 10년간 보수정권을, 1997년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10년간 진보정권을 유지했다. 10년 주기설에 따르면 이번에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설 차례다.
한국과 미국의 엇갈리는 정권성향도 징크스로 존재한다.
이 징크스는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진보성향의 민주당 빌 클린턴 정부와 보수성향의 민자당 김영삼 정부가 출범했다.
1998년 진보성향의 김대중 정부가 출범했지만 곧이어 미국에선 공화당 정권이 들어섰다. 노무현 정부 때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임기를 같이했다.
2007년 한국에서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로 정권교체가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미국에서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됐다. 징크스대로라면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야 한다.
이에 반해 ‘기호 2번’ 징크스는 민주당에게 반가운 호재다. 1997년 이후 당선된 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은 모두 기호 2번이었다. 기호는 소속 정당의 국회 의석수 별로 부여된다. 이는 총선 이긴 쪽이 대선에서 패배한다는 ‘견제 심리’와 맥을 같이 한다.
서울대 출신은 대통령이 못 된다는 징크스도 있다. 역대 대통령 중 서울대 출신은 김영삼 전 대통령 단 한 명뿐이다. 이회창(법학과)·정동영(국사학과) 후보는 낙선했다.
현재 안 전 후보는 서울대 출신이지만 사퇴했고, 박 후보는 서강대 전자공학과, 문 후보는 경희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법학과)와 무소속 강지원(정치학과)가 서울대를 나왔지만 당선권과는 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 충북에서 패하면 대선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징크스 역시 1987년 이후 이어져 오고 있고, ‘수도권 필승론’은 전체 유권자의 절반가량이 몰려있다는 점에서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