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사업종별 가처분 소득대비 금융부채 비율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통계) |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서울 마포구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60)는 매일 장사를 시작하며 한숨을 내쉰다. 근처에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잇따라 생기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경쟁력을 키우자는 생각으로 제2금융권에서 점포 수리비 등을 대출받았다. 그러나 파리만 날리는 상황은 계속됐고, 대출금은 아직도 다 갚지 못한 상태다.
“은행 대출이요? 담보 없고, 신용등급 낮으면 꿈도 못 꿉니다. 제2금융권도 어려워 사채쓰는 사람들이 수두룩해요. 그러다 빚 못 갚으면 폐업의 길로 가는 거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민생공약 핵심에는 ‘골목상권 살리기’가 있다. 현재 국내의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은 약 720만명. 한국 경제활동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규모다.
27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의 가구당 부채규모는 9500만원에,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19.1%에 달했다. 월급을 받는 샐러리맨의 부채(4600만원, 125.8%) 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3월말까지 추산된 국내 자영업자의 부채 규모만 총 430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경기 불황으로 소득이 줄어들면서 부채 부담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박 당선인의 공약을 살펴보면 크게 △소상공인 지원정책 통합추진체계 구축 △골목가게와 전통시장의 시설 현대화 △소상공인 사업인프라 구축지원 △소상공인 영업활성화 지원 △화물차 운송업자 지원 △택시업 대책 등 6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돼 있다.
차기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그간 소상공인 지원에 인색했던 금융권도 적극적으로 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은행권은 소상공인들의 창업 지원을 위한 컨설팅 제공, 자금지원 확대를 위한 조직개편 등을 실시하고 나섰다. 당장 명절인 설을 앞두고 실시하는 특별자금지원도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어난 13조원을 편성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최근 문재우 손해보험협회장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재난보험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보험사들은 손해율을 이유로 시장 상인들의 보험 가입을 꺼려왔다. 불이 나면 큰 화재로 번지기 쉬운 환경 탓이다.
카드업계는 지난해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 문제로 소상공인들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이들과 상생할 수 있는 상품 개발 등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의 오호석 회장은 "지금까지 금융권이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지금 내놓는 지원 방안들이 용두사미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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