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박모(30)씨는 몃 년째 취직을 못한 취업준비생이다. 이번에도 취업의 문턱을 넘지못한 박 씨는 올 연휴기간에도 고향집이 아닌 학교 도서관에서 보냈다. 박 씨는 “취업을 못해 부모 뵙기가 민망하다”면서 “고향 내려가는 차비도 부담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설 연휴기간 밥상머리에 가장 많이 오른 화두는 역시 ‘고물가’와 ‘취업’이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이 했지만, 장기화되는 경기침체와 더불어 하늘로 치솟는 생활물가에 서민들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특히 이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악화와 취업난은 새로운 정권에 대한 갈망으로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었다.
서울 송파에 사는 주부 이모(42)씨는 “마트를 가니 배추나 과일 등 농산물이 지난해에 비해 2~3배는 기본으로 가격이 뛰었다”며 “장보러 갈 엄두가 안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씨는 “이번 설 차례상 비용으로 20만원을 책정하고 있었는데 결국 30만원이 넘게 들었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실제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한파와 폭설 등의 영향으로 생육이 부진해진 주요 채소류와 수확기 태풍피해를 입은 과실류의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이에 올 차례상 비용은 전년보다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0% 가량 부담이 커지면서 주부들의 지갑을 닫게 만들었다.
이처럼 굳게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설 명절이라 과일을 찾는 손님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작년에 비해 확 줄었다”며 “경기불황에다 올해는 강제휴무까지 겹쳐 실적이 예년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설보다 할인 품목을 10배 이상 늘리는 등 할인을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경기 불황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에 설 연휴에도 쉬지 않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이들도 전 연령대(20~60대)에 걸쳐 다양하게 나타났다.
서울 마포에 사는 정모(29)씨는 “취업이 너무 안된다, 새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일자리 만들기에 힘써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얼마전 회사에서 은퇴를 한 최모(58)씨도 “새로운 정권이 가장 서둘러야 할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라며 “고령화시대에 맞춘 일자리 관련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설 연휴 단기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취업준비생도 늘고 있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임모(27)씨는 “9일부터 11일까지 설 연휴기간에 맞춰 대형마트 단기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며 “취업을 못한 시점에 돈이라도 버는것이 부모님께 죄스러운 마음을 더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의 경우 이번 설 단기 아르바이트 인원 모집 공고를 올린지 1시간도 안돼서 순식간에 인원이 꽉 찼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명절에 맞아 단기 아르바이트에 구직자가 몰리는 것은 시간당 6000~7000원 정도의 고임금이 제공되기 때문”이라며 “이들중 대다수가 부모님의 부담을 덜겠다는 취업준비생에 해당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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