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성장률이 얼마가 되든 아직까지 잠재성장률만큼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중구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시중은행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 총재는 ‘금융협의회’를 열고 이를 지적하며 "경제에 대한 인식은 다 같이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1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발표를 놓고 한은과 기획재정부의 시각이 달랐던 데 대한 설명으로 보인다.
이어 그는 “다른말로 하면 이는 GDP갭(잠재GDP와 실질GDP 간 격차)이 아직 플러스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는 것을 뜻한다”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금융위기 이후에 잠재성장률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이와 관련해 “정부에서 창조경제라는 큰 이념 하에서 정책을 취하는 것도 길게 보면 잠재성장률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며 “추경도 그런 맥락에서 필요하고 (성장률 제고에)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날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0.9%로 7분기만에 최대 성장을 기록했다. 한은은 당초 발표했던 성장전망이 유효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아직 회복세로 보기에는 이르다며 전년동기대비 1.5%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이 수치는 지난 2009년 3분기 이후 가장 낮다. 이에 김 총재가 아직 성장수준이 낮다는 점을 언급해 정부와 큰 틀에서 인식은 같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김 총재는 가계부채의 증가도 우려했다.
그는 “최근 가계부채 비중이 처분가능소득의 136% 정도로 올라가고 있다”면서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소비여력을 제약하는 조건으로 작용하고 한편에서는 저소득층의 부담을 늘린다”고 지적했다.
엔저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응방안을 찾아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총재는 “사실 엔저 이전부터 (선진국의)양적완화 정책으로 엄청나게 많은 유동성이 기축통화를 가진 네 개의 지역에서 흘러나오는 바람에, 앞으로 이 문제의 처리 방향이 관건”이라며 “여기에 엔저가 더해져서 전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한은이 신용정책의 일환으로 총액한도대출을 늘린 것을 언급하며 중소기업 지원 역시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협의회에는 홍기택 산업은행장이 처음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산업은행장이 금융협의회에 참석한 것은 강만수 전 행장이 취임하기 이전인 2011년 4월이 마지막이었다.
이밖에 민병덕 국민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신충식 농협은행장, 조준희 기업은행장, 김종준 하나은행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하영구 씨티은행장, 리처드힐 스탠다드차타드은행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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