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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행 조치‥북에 보내는 최후의 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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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0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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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중 무역, 중국은행 통해서만 이뤄지는 거 아냐"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중국이 북한에 최후의 사인(sign)을 보내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중국은행이 지난 7일 북한 조선무역은행과의 거래 중단 사실을 공개한 것은 ‘중국의 대북정책이 향후 바뀔 수도 있다’는 일종의 ‘북에 보내는 사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 이슈 자체가 중국 신(新)지도부의 대북정책이 일정 정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는 것이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8일 “향후 북한이 또 ‘한란(悍然·제멋대로)’의 태도를 보이는 등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을 한다면 중국의 대북정책도 부분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북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중국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했다기보다는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소프트파워를 보호하는 한편, 불법적 금융활동을 해온 북한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국제사회에 중국의 이해를 바로잡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번 조치로써 사실상 향후 중국의 대북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서상민 국민대학교 HK연구교수는 “이번 중국은행 조치가 중국 대북정책이 일정 수준 변화된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국이 북한을 저버릴 수는 없지만 북한이 붕괴로 치닫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중국 대북정책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북한의 안정’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과 북한의 시각이 다르다고 전제한 뒤 “중국 지도부의 입장에서 북한에 금융제재를 가하지 않는 것은 북한체제 유지를 위한 임시방편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며 “북한이 한반도 긴장 완화에 나서야 북한 체제 역시 안정화된다는 게 중국의 시각으로, 그런 과정에서 중국도 북한을 도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번 조치를 통해 전달하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이어 “반대로 한반도 긴장지수를 높이면 결과적으로 북 스스로를 포함한 중국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마지막 경고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당장은 김정은 체제가 돈줄이 마르는 등 불안정하겠지만 모두 파국으로 갈 바에야 북한에 회초리를 드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역시 중국의 대북정책 근간(根幹)은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이번 중국의 조치를 평가했다. 북한의 붕괴를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김 센터장은 “어떤 이유에서건 북한 김정은 체제가 혼란에 빠진다거나 북한 국가체제가 붕괴위기에 다다른다면 중국은 분명 또 김정은 체제와 북한을 옹호하고 지원할 것”이라며 “중국은 절대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는 (강한) 수준의 대북정책 변화를 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가 종전의 ‘북한 길들이기’보다는 좀 더 많고 정확한 메시지를 북에 전달하기 위해 더 많은 고통을 북에 안기는 수준의 변화란 설명이다.

사실상 유엔 제재 이행들을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또 책임대국으로서의 모습을 보이려는 중국이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명실상부한 G2로의 면모를 다져나가려는 의지로도 보인다.

서 교수는 “책임있는 대국으로서의 중국의 위상 정립과 함께 국제사회로 나아가는 데 있어 ‘북한에 발목 잡히지 않겠다’는 중국의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번 중국의 조치가 사실상 국제사회에 자신들 이미지 메이킹의 일환이라는 평가도 있다. 중국은행의 이번 조치가 북에 아플 만큼 큰 회초리는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북·중무역은 중국은행을 통해서만 전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의 방식과 달리 많은 경우가 물품교환이나 현금을 통한 방법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특히 소수 지방은행을 통하거나 직접 현금을 이용하는 무역이 대부분을 차지해 이번 중국은행 조치가 북에 주는 타격이 상상보다 적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은 북한이 중국에 대해 배신감을 증폭시키거나 타격을 입히는 조치는 조심스럽게 할 것”이라며 “북한의 버릇을 고치는 수준은 가능해도, 더 흔들거나 북한을 아프게 하는 조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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