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품 개발에 뒷짐 진 은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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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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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은행들이 신상품 개발에 뒷짐을 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신상품을 개발할 여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낮은 금리에 마땅히 가입할만한 신상품도 없다보니 고객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객 이탈이 장기적으로 은행 수신기반을 붕괴시키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중 연합회의 신상품 공시에 등록된 상품 수는 12건에 불과하다.

12건의 상품도 대부분 중기대출이나 타행이 출시했던 군인 적금 등이다. 일반 고객을 위한 수신 상품도 있지만 그마저도 1차 판매목표치를 넘었던 드라마 ‘구가의서’ 연계금융상품 2차(하나은행), 외화공동구매정기예금 13-2차(외환은행) 등이다.

예·적금 상품을 비롯해 신상품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저금리 기조의 영향이 크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고객에게 높은 금리를 주는 수신상품을 내놓기가 어려워졌다. 실제 신상품 등록 수는 1월 31건, 2월 30건, 3월 29건, 4월 35건, 5월 12건으로 이달 들어 확연히 줄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2월에는 연초 및 설 명절과 연계된 상품이 나오는 계절적 요인이 작용한다”며 “다만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전망인만큼 새로운 상품을 내놓을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예금을 끌어들일 이유도 마땅치 않다. 장기 침체로 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투자처를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 상품의 약관승인이 까다로워진 것도 신상품 감소의 한 원인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 소비자 보호를 위해 상품의 내용과 금리, 상품명까지 세밀하게 보고 있다. 이렇다보니 상품 승인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신한금융지주가 야심차게 계획했던 힐링컨셉의 ‘암-케어 복합상품’이다. 기능 복제가 가능하다보니 신한금융지주 측에서는 상품의 구조 및 혜택 등에 대해 철저히 비밀에 부치기도 했다. 그러나 당초 3월에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두달 째 미뤄지고 있다. 금융당국 승인 및 특허 신청 절차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로또적금(가칭)’ 역시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품 이다. 연3.2%의 금리로 설계됐지만, 기본 3.1%만 제공하고 0.1%포인트의 금리는 로또복권처럼 자신이 원하는 숫자를 골라 당첨이 된 사람에게 몰아준다는 내용의 상품이다. 지난 2월 상품약관 승인을 신청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금리도 낮은데다 마땅히 가입할만한 상품도 없다보니 고객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특히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대로 진입, 예금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총 552조3000억원으로 올해 들어 넉 달 만에 4조2000억원이나 줄었다. 이 같은 고객 이탈은 장기적으로 은행 수신기반을 붕괴시키고 은행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은행 스스로도 차별화된 상품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크지만 녹록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서민금융 등 정책 상품 외에는 자체 신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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