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청와대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중앙도 정부 3.0 취지에 따라 필요한 건 다 공개하는 마당에 지방재정도 다 공개해야 한다"며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그간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지적을 받아온 지방재정의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불요불급한 세금 낭비를 막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확정된 140대 국정과제에서도 이 같은 내용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실제로 지방재정은 날로 크게 악화하며 부실 정도가 심각하다. 안전행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44개 광역·기초 지자체의 총부채가 126조원을 넘어섰다. 구체적으로는 지자체의 직접부채가 27조1252억원, 지방공기업 부채는 72조여원, 민자사업 부담액은 27조여원에 달한다.
특히 경기도와 인천 등 광역자치단체의 부채비율은 70%를 웃돌아 국가 재정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방재정에 강력한 통제권을 발휘, 비합리적인 비용을 줄이는 등 직접 교통정리에 나설 방침이다.
이러한 정부 방침에 지자체는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정부의 무리한 복지정책 등으로 인해 재정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권한 집중과 각종 규제로 인해 지자체의 자율성마저 침해된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 정부의 기본적인 방향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발전을 저해해서는 안된다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사실상 대부분 지자체들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 정부의 국고보조금이나 지방재정교부금 등으로 연명하는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 지자체에서 예산을 많이 확보하는 데 치중하다 보니 방만하게 운용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사업에 대한 평가를 통해 무리한 사업은 줄이고 또 나름대로 지방정부 자체가 자구적으로 노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영수 산업연구원 지역산업팀장도 "지역이 자체적으로 자생력을 키워서 자체 부담을 늘려야 할 것"이라며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지역발전에 더 많이 기여할 것인지에 대해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의 세출 절감 방침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무리한 사업은 줄여야 한다"며 "지방정부도 물론 힘들겠지만 세출 절감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재정 건전성을 위해) 맞는 방향"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재정지출이 갑자기 축소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우려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정도의 차이인데 (세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조정을 할 수는 있지만 큰 틀에서 방향을 결정하고 이후 조금씩 개선하고 지자체와 협의해 조정을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자치의 자율성이 저해된다는 문제에 대해선 "지자체의 성격 등을 고려해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지자체들이 관습적으로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마인드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국정운영의 핵심과제로 내세운 만큼 지자체들도 여기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 팀장은 "현재 정부에서 주력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에 도움될 수 있는 방향으로 산업정책도 맞춰질 것 같다"면서 "세출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선 "이명박 정부에서 신산업 중심으로 지역산업 육성을 추진했던 정책들이 지역에 실질적인 산업발전과 지역의 일자리 창출, 지역의 기존에 있던 산업과의 연계성을 형성하면서 지역의 발전을 끌어가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역산업을 육성하는 데 중앙정부가 너무 국가적인 산업방향에 맞춰서 지역산업을 끌어가기보다는 각 지역의 특성에 기반을 두고 주요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 뿌리산업, 효자산업 등에 중점을 두고 지원정책을 펴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김 팀장은 "정책 방향 측면에서는 신산업 위주의 지역산업 육성보다는 신산업은 아니지만 지역단위에서 중요한 일자리를 창출·유지하고, 창출하는 산업이 커가고,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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