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우리나라 경제민주화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55). 그가 지난달 18일 출범한 '지식협동조합 좋은 나라' 이사장을 맡았다. '좋은 나라'는 생활·의료와 같은 기존 협동조합에 비해 어딘가 낯설다. 이에 대해 유 이사장은 "주제가 지식이라는 것 이외에 다른 건 없다"고 간략히 정리했다.
그는 "우리는 정부나 정당 등 정책의 생산이 필요한 곳에서 수주하거나, 기업이나 지자체 의뢰도 받을 수 있다"며 "지식은 용역서비스의 일종이다. 이 과정이 바로 생산부문으로 이후 판매 및 제공에도 나서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연구 과제는 정책 어젠다(agenda)로 확립시켜 확산되거나 교육 프로그램화되기도 한다. 다음으로 서적 등 출판형태의 과정을 거친다. 그야말로 물품을 만들어서 파는 일련의 절차와 동일하다.
유 이사장은 "앞서 주식회사 형태를 고민하기도 했는데 사기업이 아닌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접근하려는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면서 "돈을 버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될 경우 주객이 전도되는 꼴이라 봤다"고 했다.
작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 발효를 계기로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협동조합 설립 붐과 관련 "시장경제가 건강하게 발달하려면 기업들이 차지하는 한 분야와 공공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여기에 더해 시민들 스스로가 나서 상부상조하고 돕는다면 국가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은 과거 우리 사회의 산업구조를 국가주도였다고 요약했다. 국가가 기업들에 직접 명령·지시했고, 이때 순응하면 후한 지원을 내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당연히 협동조합은 그 존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유 이사장은 "너무나도 국가주도 불균형 발전을 이어오다 IMF(국제통화기금) 이후부터 이 모델의 폐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사회를 주도했지만 또 양극화라는 문제가 많아 협동조합, 조금 더 넓게 말하면 사회적경제가 부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립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조합원 수에 대해 "얼마 전 지인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우리 협동조합을 알렸는데 즉석으로 가입 신청서를 내기도 했다. 조합에 관한 문의와 동참 의사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해온다"고 소개했다.
유 이사장은 조합원들의 역할 구분에 "당장은 교수·연구원 등 전문연구자들이 모인 상태로 특정집단에 편향된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일반시민들 역시 지식인이고 각자 관심 있는 연구를 하기 때문에 적절하게 업무 분장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정책연구에 집중하는 전문조합연구원, 포럼에 참여하는 등 대외적 활동을 벌이는 지식공유조합원으로 나누는 방안이다.
그는 일각에서 지적되고 있는 정치세력과 연대 등 변질 우려에 "정책은 정치와 매우 근접한 것이 사실이다. 정책의 수요자는 궁극적으로 국민이지만 이를 매개하는 게 정치이기 때문이다"라면서 "특정 정당이나 정파와 충분하게 거리를 둬 주변의 걱정을 깨끗하게 씻겠다"고 밝혔다.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좋은 나라'는 1차적 과제로 박근혜 정부의 분야별 정책이슈에 대한 분석과 해결 방안이 담긴 보고서를 내고, 9월에는 협동조합 명칭과 같은 '좋은 나라 만들기'란 주제로 창립기념 학술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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