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 올해 국내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울고 웃었다. 외국인 자금이 몰리면 주가지수가 크게 뛰었고 반대 경우에는 곤두박질쳤다.
최근에는 다시 외국인들이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 주가가 2000선을 중심으로 박스권에 갇혀 있다. 다만 한국 증시의 저평가 매력이 여전히 큰 만큼 내년부터는 글로벌 경기 회복 흐름을 타고 외국인들이 증시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 외국인에 올고 웃은 한국증시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는 2013.74로 시작했지만 이후 뱅가드펀드의 벤치마크 변경, 북한 핵위협, 엔화 약세, 신흥국 금융위기 등 악재들이 줄줄이 이어지며 지난 6월 25일 1780.63까지 떨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상반기에는 한국 증시에서 자금을 빼내기 바빴다.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순매도 규모는 10조원 이상이었다.
하반기 들어서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 엔화 약세 지속,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탈은 계속됐다.
하지만 뱅가드펀드의 벤치마크 변경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일부 신흥국들의 금융위기로 한국 증시가 주목 받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외국인들은 지난 8월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200억원을 시작으로 무려 44거래일 연속 순매수 기록을 세웠다. 이 기간 순매수 규모는 13조9000억원에 달했으며 연속 순매수 마지막 날인 10월 30일에는 코스피가 연중 최고치인 2059.58까리 올랐다.
이후 11월에는 다시 매도 우위로 돌아서 18883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으며 이달 들어서는 지난 23일까지 1조8200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 치우고 있다. 외국인이 빠지자 코스피는 다시 박스권에 갇혀 있다.
◆ 전문가, 내년 증시 전망 밝다
내년에도 외국인 투자가 국내 증시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에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줄어들면서 외국인들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세원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외국인 수급이 조정을 받는 상태지만 여전히 한국시장은 다른 국가에 비해 저평가, 고성장이 기대되는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내년 테이퍼링 이슈 마무리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주식 비중 확대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외국인의 한국 증시 투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내년 1월에 외국인들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있다.
조성준 NH농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일 사상최고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미국 증시와는 다르게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는 아직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지 않다"며 "하지만 내년 1월에는 새로운 회계연도 시작에 따른 자금 집행으로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 팀장은 이어 "특히 IT 업종에 대한 비중 확대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심리로 한국 증시가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반등 시도를 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달 들어 계속 주식을 내다 팔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의 테이퍼링 이후 '사자'세로 돌아섰다. 불확실성의 해소와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외국인 순매수는 924억원 정도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최근 큰 규모는 아니지만 전기전자(IT)와 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순매수 규모를 늘리고 있다"며 "자동차 업종에 대해서 계속 순매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추가 매도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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