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증산·가격인하 극약처방…"유가시장 대혼란 맞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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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03-0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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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생산량 1000만 배럴 이상까지 늘릴 계획

  • OPEC+ 합의 무산에 러시아 보복에 초점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칼을 빼 들었다. 사우디는 4월 하루 1000만 배럴 이상 수준까지 생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블룸버그가 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생산량은 970만 배럴 정도다. 지난 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감산 합의에 실패한 데 대해 사우디가 공격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사우디는 시장 관련자들에게 필요하다면 생산량을 하루 1200만 배럴까지도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여기에 사우디 국영회사인 아람코는 20년 만에 정유사들에 통보하는 공식가격을 낮추면서 공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아람코는 가격 인하를 결정했으나, 판매처에 공식적으로 알리는 것은 월요일이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아람코는 매달 정유사들에 원유공식판매가격(OSP)을 통보한다. 가격 조정폭은 보통 몇 센트에서 몇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7일 사우디는 공식 가격을 배럴당 6~8달러 낮춘다고 밝혔다. 이처럼 극적인 조치는 다른 산유국들의 가격 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는 하루 1400만 배럴을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람코는 원유를 북서유럽에 있는 정유사들에는 배럴당 8달러를 할인한 10.25달러에 제공하기로 했다. 이런 조치는 러시아의 유럽 원유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강조했다.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 간의 협의체)에서 감산 합의 실패로 이미 원유 시장이 요동친 데 이어 사우디가 증산과 가격 인하라는 극단적 카드를 내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런 증산은 국제원유시장을 대혼란으로 몰고 갈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상품 헤지펀드 매니저는 "이런 조치는 전쟁을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사우디가 이런 조처를 한 것은 러시아를 비롯한 다른 산유국들을 단기간에 최대 타격을 입혀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당초 OPEC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210만 배럴 감소한 것에 대응해 하루 원유 생산량을 150만 배럴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시장에 대한 판단 등은 좀 더 뒤로 미뤄야 한다면서 리비아와 베네수엘라의 원유 공급 문제로 자연스럽게 감산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우디가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런 변화로 중동의 맹주 사우디와 러시아의 협력 관계는 크게 금이 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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