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범야권 시민후보를 내세울 태세다. 기존 국민의힘 후보군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당 밖의 주자들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건데, 이를 위해 경선룰에서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안 대표나, 금 전 의원이나 모두 이 정권이 하고 있는 것이 잘못하고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선거 막판까지 가면 힘을 합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보고 있다”며 “(경선룰에서) 당원 비율을 아주 낮추고 일반 국민이나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면 그런 결심을 하기에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시민후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 ‘국민의힘’ 만의 전력(戰力)으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를 담보할 수 있나”라며 “우리의 이름으로 이길 수 없다면 시민후보의 이름으로라도 이겨야 한다. 이길 수 있는 2%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의 49%를 헌납할 수 있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다면 ‘국민의힘’이 아니어도 된다는 의견이다.
핵심은 경선룰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책임당원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해 후보를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야권이 우리 국민의힘 말고 더 있느냐”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일반 국민 여론조사의 비율을 대폭 높여 당 밖 주자들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시민 후보를 내자’는 주장과 관련, “룰을 확정하는데 있어서 시민의 의사가 가장 많이 반영될 수 있는 룰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100% 국민 경선에 대해선 “우리 당원을 전혀 무시할 순 없다. 당원과의 관계 조화를 이루는 방향에서 룰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금 현재 책임당원 투표 50%, 여론조사 50% 이렇게 돼 있는데, 책임당원 비율이 30%가 될지 20%가 될지 아니면 10%가 될지 모르지만 대폭 낮춘다는 점에서는 구성원들이 다 동의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선준비위원회는 많게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90%까지 확대하는 방향도 검토 중이다.
당내 후보를 경선을 통해 선출한 뒤 이후 단일화를 하는 방향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2011년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박영선 당시 민주당 후보의 모델이기도 하다. 김상훈 경선준비위원장은 “우리가 힘을 합쳐 보선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할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며 “예외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도 유연성이 있게 여지를 만들 필요는 있다”고 했다.
다만 당 밖 주자들이 얼마나 호응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안 대표의 경우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시장이 바꿀 수 있는 것과 대통령이 바꿀 수 있는 것은 범위가 다르다”며 대선 직행 의사를 드러냈다. 측근들은 서울시장 출마 카드에 대해 긍정적이나 안 대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 전 의원의 경우 앞서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도 더 큰 반성과 변화가 필요한 정당”이라고 비판했는데, 민주당에서 탈당한지 얼마되지 않은 만큼 국민의힘 직행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금 전 의원은 오는 18일 국민의힘 초선의원들 세미나인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이기는 야당’이란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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