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불복 1인자 이진우 전 금천세무서장, 36년 공직 마침표...제2의 인생 '출발'

납세자 권익 보호와 국세행정의 '가교 역할' 충실

이진우 전 금천세무서장이 금천세무서 대강당에서 신규 직원들을 상대로 친절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  세무공무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납세자를 향한 ‘역지사지’(易地思之) 자세
 
“영세납세자들은 세법 지식이 많지 않기 때문에 민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어떤 주장을 해야 하는지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납세자를 대하는 게 세무공무원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불공정 탈세자에 대해서는 얼음장처럼 냉철하고 엄정하지만, 영세납세자들에겐 한없이 친절하고 따듯한 사람으로 정평이 난 이진우 전 금천세무서장, 세무공무원의 기본적인 자세가 무엇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전 서장은 금천세무서장 시절 코로나19 사태로 집합 간담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신고 시 유의사항 및 도움 자료를 관내 세무사를 대상으로 비대면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는 전국 세무서 통틀어 최초의 사례로, 신고에 필요한 기본 자료부터 세법 개정사항까지 제공해 납세자가 성실신고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이 전 서장의 굳은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 전 서장은 지난 2004년 금천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실 근무 시절에도 영세납세자들의 애로사항에 관한 상담 및 고충에 대한 친절하고 적극적인 업무처리로 유명했다.
 
이로 인해 당시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차근차근 세세한 부분까지 살피는 성실한 모습을 보면서 타 공공기관에서 느껴보지 못한 신뢰를 하게 됐다’는 등 납세자들의 친절 미담 사례 수십 건이 국세청 뉴스레터에 실리기도 했다.
 
이 전 서장은 “어찌 보면 납세자보호담당관실 직원으로서 당연한 일들을 했을 뿐인데, 민원인의 ‘국세청을 신뢰하게 됐다’는 칭찬은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또한 그는 “그때의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 당시 국세청장께서 보내 주신 친절공무원 격려 볼펜을 지금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  36년 공직의 삶,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자세로
 
이 전 서장은 영세납세자들엔 한없이 자상한 모습이지만 불법 탈세 행위자들에겐 누구보다 냉철하고 엄격하다. 
 
일례로 지난해 금천세무서장 근무 당시 ‘폭탄업체(자료상)’와 결탁해 편법으로 매입세액 부당공제 및 가공경비를 계상한 여행 업체에 대해 엄정한 범칙조사를 실시하고 전자세금계산서 조기경보 발령과 함께 탈루 혐의 금액 300억원 이상을 추징했다.
 
뿐만 아니다. 세정가에서 조세 소송 등 일명 불복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이 전 서장은 그간 끈질기게 파고들며 크고 굵직한 성과를 내 공정 세정 실현에 앞장서 왔다.
 
지난 2006년 국세청 재산세국 부동산거래관리과 근무 당시, 지분 쪼개기와 분양권처분금지가처분 등 신종 유형의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 수법을 밝혀내 국세청 부동산 투기 대책 수립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2020년 서울청 송무국 송무2과장 시절엔 이 전 서장이 직접 진두지휘해 국내 37개 은행·증권 등 금융사와 국가의 9년에 걸친 장기 소송을 법원 화해 권고 결정을 관철시켰다.
 
당시 당사자 간 장기간의 광범위한 공방과 1000여 건이 넘는 소송물로 법원에서도 판결문 작성이 어려워 곤란한 처지였다.
 
이 전 서장은 “관련 자료들이 워낙 방대하고 15년 이상 지나서 원고들이나 국가도 환급해야 할 금액이 얼마인지 특정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환급가산금이 증가해 국가에만 불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연내 해결해야 한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 전 서장이 직접 금융사 대리인과 접촉하고 법정에 출석해 장기간 끌어온 소송의 불합리한 점과 국가의 연내 해결 의지를 피력하며 소송을 종결시켰다.
 
변호사나 판사 등 법률가가 아닌 비전문가로서 장기간을 거친 방대한 소송이 쉬웠던 것만은 아니었다고 이 전 서장은 설명했다.
 
이 전 서장은 “조세 소송에 대해선 송무국에서 그동안 많은 교육을 해와 불편함이 없었으나, 민사소송은 법리나 용어가 생소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관련 법리 등에 대한 논문이라는 논문, 대법원 판례 등은 다 찾아보고 민법과 민사 법리 등에 관해 공부하고, 서울청 송무국 소속 변호사 등과 법리 개발 및 토론 등을 거쳐 주장과 논리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500만 건이 넘는 자료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검토해 원고 청구금액 중 일부 잘못된 금액 등을 밝혀내 법원에 원고 청구 금액대로 환급하지 못하는 것에 관하여 국가의 책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의 부당함을 적극 피력, 재판부로부터 지연손해금 없는 화해 권고 결정을 이끌어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노력 끝에 결국 지연손해금 막대한 지출을 감액시켰으며, 서울청 송무국은 예산 절감과 함께 국세행정 신뢰도를 제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제2의 인생, 납세자 권익 보호와 국세행정의 가교 역할에 충실
 
세무공무원으로서의 36년의 공직생활을 마친 이 전 서장은 앞으로도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세행정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이 전 서장은 “그동안 조사분야, 조세불복분야, 상속증여세 분야 등 각 분야를 두루 섭렵했다”며 “그 과정에서 얻은 세법 지식과 다양한 실무경험을 특화 시켜 조세불복대리 및 상속증여세, 가업승계지원 등 전문 세무사로서 제2의 인생을 열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납세자의 권익보호와 국세행정 발전을 위해 후배들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전 서장은 “국세공무원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끊임없는 자기 역량을 개발해 역지사지하는 마음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그러한 자세로 납세자가 느끼는 작은 불편과 불만을 소홀히 하지 말고, 항상 납세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국세행정을 펼친다면 보다 더 많은 국세행정의 발전이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 전 서장은 지난해 말 금천세무서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오는 11일 금천구에 ‘더나은세무회계’ 사무실을 오픈 할 예정이다.  

 

이진우 전 금천세무서장[사진 = 국세청]

◆이진우 전 세무서장은?
 
△삽교고 △국립세무대학 △고려대 정책대학원 세정학과 △KIBA서울 MBA △금천·강서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실 △도봉/성북/동부/성수/소공/여의도세무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 서초세무서 조사과 △국세청 재산세국 부동산거래관리과 부동산투기조사 담당 △국세공무원교육원 상속·증여세 교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조사팀장 △서울지방국세청 송무국 상속·증여세 팀장, 총괄팀장, 심판팀장(조세심판 수행) △서울지방국세청 송무국 송무2과장 △전 순천·금천세무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