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PI 후폭풍… 국내증시 시총 90조원 증발…삼성전자도 신저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인 'CPI발 쓰나미'가 국내 증시를 덮쳤다. 13일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시장에선 하루 만에 시총 90조원가량이 증발해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시총 1위 삼성전자를 포함해 147개 종목이 신저가를 기록했고, 전체 종목의 95%가 하락했다. 특히 코스피는 지난 금요일 2600선이 깨진 지 1거래일 만에 100포인트 가까이 급락하며 2500선을 간신히 사수했다.
국내 증시 폭락은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물가쇼크' 소식에서 촉발됐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대폭적인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제기되면서 가상화폐 가격도 동반 급락했다.
2500선 붕괴 직전까지 가면서 코스피는 연중 최저점을 새로 썼다. 기존 연중 최저치는 지난 5월 12일 기록했던 2546.80이었다. 장중 2510선을 하회한 것은 2020년 11월 16일(2507.46)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은 5% 가까이 급락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닥 종가는 전일 대비 41.09포인트(4.72%) 내린 828.77이다. 지수는 17.12포인트(1.97%) 내린 852.74로 출발, 장중 한때 828.76까지 떨어졌다.
◆고물가에 기름 붓는 고환율... 달러값, 한 달 만에 1280원대로 급등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자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정책에 더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이 국내 물가 상승세를 더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5.1원 오른 128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1.1원 오른 1280원에 개장해 한때 1288원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2~13일에 각각 1280원, 1290원대를 돌파해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정점을 찍고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주요국의 긴축 정책으로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미국 물가가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란 시장의 기대와 달리 물가 상승세가 계속되자,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오른 가운데 연준의 75bp(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재부각됐다”며 “이에 미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뉴욕증시가 하락하면서 달러에 강세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10대그룹 계열사 이사회 여전히 거수기···가결 4000건 넘는데 부결·보류 23건
국내 재계 10대그룹 계열사 이사회의 구성원 대부분이 사실상 거수기에 가까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사회에 올라오는 안건의 99% 이상을 찬성해 가결시키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최근 재계 주요그룹이 이사회 중심 경영을 표방하고 있으나 사실상 대주주 중심인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10대 그룹 계열사 1203개사 중 이사회 표결 내역을 공개한 149개사의 투표를 분석한 결과 이사회 안건의 가결률은 99.39%로 나타났다.
전체 4128건의 안건이 상정돼 4103건의 안건이 가결됐기 때문이다. 4000여건이 넘는 안건 중 단 23건(0.61%)만이 부결(11건)되거나 보류(14건)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99%를 넘는 가결률은 이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진 결과로 분석된다. 이사회 표결이 진행된 결과 총 2만6119표가 의사표현에 활용됐으며, 이 중에 2만5138표가 안건에 대한 찬성표로 집계됐다. 찬성률이 99.48%로 가결률보다 소폭 높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2만표가 넘는 찬성표 사이에서 단 137표(0.52%)가 다른 의사를 표현했다. 반대가 70표, 보류가 62표, 기권이 5표로 파악됐다. 이들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대기업이라 규정상 이사회 구성원 중 사외이사가 절반을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이 같은 결과를 보였다. 사외이사가 기업의 미래를 위해 대주주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기보다는 사실상 거수기에 가까운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재계 10대그룹 전부가 ESG 경영 흐름에 따라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하겠다고 밝힌 것과 크게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반대나 보류되는 안건이 10여건 미만이었던 몇 년 전보다는 나아졌으나 여전히 큰 틀에서 이사회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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