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침체를 알리는 경고음이 울리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착륙을 막기 위해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6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경기침체 시그널로 통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와 3개월물 국채 금리 간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미 3개월물 국채 금리가 지난 24일 장중 미 10년물 국채 금리를 역전한 데 이어 25일과 26일에도 역전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27일 오전 10시 45분 기준(한국시간)으로 3개월물 국채 금리는 4.0608%로, 10년물 국채 금리(4.001%)를 웃돌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개월물-10년물 국채 금리 역전은 경기침체가 발생하기 6~15개월 전에 발생하곤 한다”고 전했다.
3개월물 국채 금리는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를 추적하는 반면, 10년물 등 장기물 국채 금리는 경제 성장 및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 통상 오랫동안 돈을 묵혀 두는 등 불확실성으로 인해서 장기물 국채 금리가 단기물보다 높은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이른 시일 내 경기둔화나 경기침체를 예상할 경우 단기 국채로 쏠리는 경향을 보이며 역전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NYT는 이번 역전 현상을 연준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리인하로 선회해야 하는 시그널로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증폭되면서 연준 속도조절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11월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올린 뒤 12월에는 금리인상 폭을 0.5%포인트로 줄일 것이란 추측이 무성하다. 특히 캐나다 중앙은행이 이번 통화정책 결정 회의에서 경제 성장 둔화 우려에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 대신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자, 연준도 조만간 금리인상 폭을 줄일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런 분위기에 달러 쏠림 현상도 다소 완화하는 모습이다. 이날 엔화, 유로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장 중 한때 전장 대비 1.118% 하락한 109.7을 기록했다. 이는 9월 2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로화 가치가 1.11% 상승한 1유로당 1.0079달러까지 오르는 등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 등 준기축통화 가치가 회복하는 모습이다.
다만, 경착륙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고강도 긴축을 고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투자회사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도널드 엘렌버거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이란 용을 죽이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연준이 과도한 긴축을 하지 않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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