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알렉스브랜든·연합뉴스](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02/12/20250212144041203260.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알렉스브랜든·연합뉴스]
15개월 만에 총성이 멎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친(親)이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연기하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교전을 재개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투를 재개하면 이스라엘을 공격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중동 지역에 일촉즉발의 긴장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상 성명에서 하마스를 향해 “오는 15일 정오까지 인질 석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자지구 휴전이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최종적으로 격파될 때까지 강도 높은 교전을 재개하겠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런 방침이 이날 안보내각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마스가 합의를 어기고 인질을 풀어주지 않겠다고 발표한 데 따라 어제 가자지구 안팎에 병력을 집결할 것을 군에 명령했다”며 “이 작전은 현재 진행 중이며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토요일에 석방된 인질 3명의 충격적인 상황에 우리는 모두 분노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하마스는 전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 주민의 귀향을 늦추고 민간인에게 발포하는가 하면 연료와 텐트 등 구호품 전달을 가로막는 등 휴전 합의를 어겼다며 15일로 예정됐던 인질 석방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 정오까지 인질들이 풀려나지 않으면 휴전이 취소돼야 한다며 “온갖 지옥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날 “우리는 휴전 합의를 준수할 의향이 있다”면서 “휴전 후에도 이스라엘군 공격에 92명이 숨지고 82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합의 이행 지연의 책임이 이스라엘 측에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후티 수장 압둘 말리크 알후티는 이날 TV연설을 통해 “우리의 손이 방아쇠 위에 있으며 이스라엘 적군이 가자지구에서 긴장 고조 행위를 재개할 경우 우리도 그들에게 즉각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휴전 합의를 지키지 않고 가자지구 전투에 나설 경우 이스라엘에 군사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는 발언이다.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하며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납치했다. 인질 중 일부는 2023년 11월 일시 휴전 때 석방되거나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스라엘군과 하마스는 전쟁 발발 15개월 만인 지난달 19일 재차 휴전에 돌입했다. 이후 하마스는 생존 인질 21명을 석방했으며 이스라엘군은 그 대가로 팔레스타인 수감자 730여명을 풀어줬다. 아직 생존자와 사망자를 합쳐 인질 73명이 가자지구에 남아 있다.
트럼프, 요르단 국왕 앞에서 “가자지구는 美권한”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인수 및 재개발 구상을 밀어붙이면서 중동 정세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압둘라 2세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고 가자 전쟁 종결 및 전후 구상 등을 논의했다. 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가자지구를 어느 권한하에 둘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미국의 권한”이라고 답한 뒤 이 지역에 호텔, 사무실 빌딩, 주택 등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가자지구를) 구매할 이유가 없다. 사지 않을 것이며,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주도 가자지구 개발 구상의 최대 난제인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와 관련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요르단과 이집트의 일부 땅과 그 외 다른 지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요르단에 가자 주민 수용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요르단과 이집트에 많은 자금을 기여한다”며 요르단이 자신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원조가 끊길 가능성도 있음을 재차 시사했다. 실제 미국은 2023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에 요르단에 군 자금 지원 등을 이유로 17억 달러(약 2조5000억원)를 보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압둘라 2세 국왕은 미국의 가자 구상에 원칙적인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일부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회담 직후 자신의 X(옛 트위터)에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주에 대한 요르단의 확고한 반대 의사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며 “이는 하나 된 아랍 국가들의 입장”이라고 적었다.
이어 “가자 주민의 이주 없이 재건이 진행되는 게 우선순위”라며 “역내 안정을 위해서는 ‘2국가 해법’에 기반한 평화가 달성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다만 압둘라 2세 국왕은 회담 시작 전 “우리가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암에 걸리거나 매우 아픈 가자지구의 아이 2000명을 최대한 신속히 요르단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요구를 부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언급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네타냐후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구상을 내놨다. 가자지구 구상은 이곳에 거주하는 200만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주변국으로 이주시키고 이곳을 미국의 소유로 만들어 국제적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파격적인 구상은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수립을 지지해온 미국의 ‘두 국가 해법’ 정책을 사실상 뒤집은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두 국가 해법은 팔레스타인이 주권국가로 독립해 이스라엘과 ‘국가 대 국가’로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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