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상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의 상법 개정안은 이사들에 대한 소송 위험성을 높이는 반면 보호 조치는 부족해 경영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다닥 통과되는 동안 논의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지금 나온 의무 규정 하나만으로 (국회를) 통과하는 건 기본적으로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야당은 주주 보호를 통한 주식 시장 정상화 등을 강조하며 지난달 26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를 촉구하며 국회 본회의에 상법 개정안 상정을 보류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상장 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항 등을 담고 있다.
이 원장은 이번 상법 개정안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사항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 원장은 “현재 규정에 있는 총주주, 전체주주는 기존 법령 개념과 명확히 일치하지 않아 해석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과도한 형사화에 대한 우려가 있고, 적절한 이사 보호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법 개정안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일하는 이사들에 대한 소송 등 리걸 리스크가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원장은 이에 따라 “자기방어를 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며 “소송 비용은 회사가 지불하는지 등 디테일을 따져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CEO들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상법 개정이 추진될 때는 오히려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높여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또한 이 원장은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신청과 관련해 금융사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며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대형 증권사들이 상장지수펀드(ETF) 수수료를 인하하고 다른 수수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과도한 점유율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의 채권 캡티브 영업 관련 문제점에 대해서도 상반기 내에 검사할 계획이다. 캡티브 영업이란 회사채 발행 주관을 맡은 증권사가 동시에 내부 자금으로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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