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들어 국내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의 주가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과거에는 실적이 주가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적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과 기업이 새롭게 추진하는 신사업이 주가 변동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평균 주가는 연초 대비 6.1% 상승했다. 업종별로 보면 조선업과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상승세를 보였고,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특히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연초 대비 30.4% 급등했다. 조선업계의 수주 호황과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증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로 인해 10.9% 하락하며 그룹 내에서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삼성그룹의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 성장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연초 대비 1.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아직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SK그룹의 계열사들은 평균 7.7% 상승하며 삼성그룹보다 더 강한 흐름을 보였다. 특히 반도체와 IT 관련 계열사들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21.7% 상승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AI 반도체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의 강한 경쟁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15.8% 상승했다.
반면, 바이오 업종에서는 부진한 흐름이 뚜렷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 백신 수요 둔화와 신약 개발 기대감 둔화로 인해 14.6% 하락했다. 이는 SK그룹 내에서 가장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종목이다. 바이오 시장의 성장 둔화가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삼성과 SK보다 더 높은 평균 11.8% 상승을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였다. 특히 방산과 건설업종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은 현대로템으로, 67.8% 급등했다. 최근 K-방산(국산 무기 수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해외 수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건설업종도 강세를 보였다. 현대건설은 중동과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38.5% 상승했다.
반면, 자동차 업종은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현대차그룹의 대표 종목인 현대자동차는 7.9% 하락했다. 이는 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자동차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판매가 둔화될 경우, 향후 주가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형 기업들의 주가가 기업 실적에만 움직이는 경향이 강했다”며 “최근에는 단순한 실적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과 기업이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이 얼마나 유망한가가 주가를 결정하는 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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