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2기' 압박 속에 '제11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가 지난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가운데 이번 회동이 한·중·일 3국 관계의 '터닝포인트(전환점)'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불확실성이 3국이 서로 협력을 모색하는 주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도쿄 외무성 이쿠라 공관에서 열린 3국 외교장관 회의에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이 참석해 약 1시간 동안 3국 간의 협력현황 및 발전방향, 지역·국제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은 2023년 11월 한국 부산에서 열린 이후 처음으로 열린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3국 외교장관 회의를 두고 "지정학적 '역사의 전환점'에서 한국, 중국, 일본이 만났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동맹 관계를 뒤집으면서 중국이 전통적으로 미국과 동맹을 맺어 온 나라와 더욱 긴밀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짚었다.
블룸버그통신도 "중국이 미국의 무역 관세 인상에 직면해 주요 무역 파트너와의 관계를 안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3국 외교장관은 회담을 갖고 경제 혼란과 글로벌 정치 긴장 고조에 직면한 상황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잠재적 정상 회담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진단했다.
AP통신은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은 역내에서 증가하는 중국의 위협에 대한 상호 우려를 공유하면서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과 이달 연속으로 중국에 10+10% 추가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이달 12일에는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관세 전쟁 전선을 전 세계로 확대했다. 아울러 내달 2일에는 각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에 상응하는 '상호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하며 피아를 가리지 않고 관세의 칼날을 겨누고 있다.
따라서 너나 가릴 것 없이 트럼프 관세의 표적이 된 주요 대미 수출국인 한·중·일 3국은 서로 협력 방안을 모색해 트럼프 2기 불확실성에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패트리샤 김 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AFP에 "한·중·일 대화는 10년 넘게 지속되어 왔지만, 미국의 새로운 입장으로 인해 더 큰 의미를 지닌다"며 "한·중·일 지도자들은 선택의 폭을 넓히고 다른 경제적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이 미국과의 마찰이 심화하는 가운데 다른 주요 강대국 및 중견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3국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경제통상, 보건, 고령화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한반도의 평화·안정 유지가 3국 공동의 이익임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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