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는 4일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12·3 비상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 시도'를 사실로 인정했다. 여기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등의 진술이 핵심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1시 헌재 대심판정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하면서 "피청구인은 군경을 투입해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이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해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 변론기일에 8차례 직접 출석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국회에 군경을 투입한 사실은 있지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는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곽 전 사령관은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끌어내기' 의혹에 대해 증언한 바 있다. 당시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4일 오전 12시경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곽 전 사령관은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인원'의 의미를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았다는 앞선 말을 바탕으로 본회의장 내부에 있는 국회의원들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에게 전화를 걸긴 했지만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을 뿐,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곽 전 사령관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회유된 정황이 있다며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을 사실로 인정했다. 헌재는 이날 결정문에서 "곽종근은 지난해 12월 9일 검찰 조사에서부터 증인신문이 행해진 6차 변론기일까지 피청구인의 위 지시 내용을 일부 용어의 차이만 있을 뿐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봤다.
헌재는 계엄 당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이 국가정보원과 협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려 한 것 역시 윤 전 대통령 지시에 따른 행위라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헌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진술을 인용했다.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은 지난 1월 23일 4차 변론에서 주요 인사 체포 명단이 '동태 파악 목적'이었다는 김 전 장관의 증언에 의문을 표하며 "혹시 동정을 파악해서 포고령을 위반하면 체포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김 전 장관은 "체포 기구 구성이 안 됐다"며 부인했으나 정 재판관이 재차 묻자, "동정을 확인하다 위반 우려가 있으면 사전에 예방 차원에서 차단을 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면 그건 필요하면 체포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상황이 허용되면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발언이라 헌재가 '정치인 체포 시도'를 사실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헌재는 홍 전 차장이 처음으로 폭로해 이목을 끌었던 '정치인·법조인 체포 의혹'도 헌재는 사실로 인정했다. 홍 전 차장은 헌재에 두 차례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당일 밤 10시 53분경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격려 또는 일반적 간첩 수사와 관련된 얘기를 하기 위해 전화했다며 부인했으나, 헌재는 이 역시 전후 상황을 고려했을 때 홍 전 차장의 발언이 더 신뢰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주요 정치인에 대한 '위치 파악 시도'가 있었다는 점을 다수 증인이 인정하는 상황에서 계엄 직후 급박한 가운데 단순한 격려 차원으로 전화했다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믿었던 윤 전 대통령 측 핵심 인사의 발언들이 계엄 해제 요구권이라는 국회 권한 행사를 막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결론을 내리는 근거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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