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가 핵심 금융정책으로 추진해 온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황 속 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안’ 도입마저 미뤄졌다. 주주 권리 강화를 위한 법의 부재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과 한숨이 점점 깊어지는 분위기다.
7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법안 도입이 보류된 상황 속 향후 추진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국회 등은 그동안 주주 이익 훼손의 대표 사례로 지목돼온 합병·유상증자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일환이기도 했다. 과거 일부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이나 자회사 합병 과정에서 소액주주 이익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일이 반복됐다. 이는 국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런 상황 속 법안은 정치적 변수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탄핵정국이라는 불안정한 정세 속에서 상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언제 넘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정부는 상법 개정안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정무적인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 권한대행 역시 재의요구권 행사와 관련해 상법 개정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시장에 미칠 영향과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자본시장법을 통한 접근이 더 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본시장법 개정 역시 국회에서 통과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야당은 자본시장법에는 관심이 없는 상황으로, 오히려 상법 개정안이 폐기되면 더 강도 높은 내용을 담은 새 법안을 재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혼란 속에 큰 피해를 입는 쪽은 일반 투자자들이다. 주주 보호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기업 경영진을 견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는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개인 투자자는 “지금처럼 경영진을 견제할 수단이 없는 구조에서는 투자하기 어렵다”며 “여야가 힘을 모아 시장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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