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에서 임금을 못 받은 노동자가 공장에 불을 지르는 등 임금 체불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RFA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과 목격자 증언 등을 토대로 지난 20일 중국 쓰촨성 이빈시 핑산현에 있는 한 방직공장에서 직원 원모씨(27)가 임금 체불 문제로 공장장과 말다툼을 벌이다 공장에 불을 질렀다고 보도했다. 화재는 약 37시간 만에 진화됐으며 수천만 위안(수십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에서 원씨가 800위안(약 15만원)을 받지 못했다는 소문이 퍼졌고,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800위안밖에 못 받는 노동자에 동정을 표하고 일부는 그를 ‘800형’이라며 영웅시하기도 했다.
이빈시에 거주하는 왕수둥씨는 RFA에 “원씨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고, 모친이 아파 급전이 필요했다는 글을 온라인에서 읽었다”며 “임금을 못 받은 사람이 법적 도움을 요청해도 판사, 노동부 지원들은 없었다. 하지만 원씨가 공장에 불을 지르자 경찰 등이 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핑산현 당국은 20일 정오께 화재 발생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원씨의 3월 급여가 4000위안(약 76만원) 이상이라며 ‘임금이 800위안이고 공장이 이마저도 체불했다’는 인터넷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원씨가 지난 4월 말 사직 의사를 밝혔고 5월 15일 잔여 급여 등 5370위안(약 102만원)을 정산받았다면서 이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3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구류와 벌금 등 처분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최근 중국 공장·건설현장·학교·병원 등 다양한 현장에서 임금체불에 대한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광둥성 선전시에 있는 메이디(美的)의 가전제품 세척 서비스 시웨쟈(洗悅家) 사무소에서 지난 22일 직원들이 밀린 임금을 요구하며 9시간 동안 농성을 벌였다. 또 중국철도그룹 자회사 중국철도 제7그룹이 맡은 양신고속도로 토목공사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영상이 SNS에 올라왔다.
또 광시성 난닝시에서는 지난 16일부터 광시송변전건설회사 건물 앞에서 건설 노동자 30여명이 장기 체불 임금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산둥성 짜오좡시의 몇몇 계약직 교사들은 6개월치 급여를 못 받았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월급이 3000위안(약 57만원)인데 6개월간 (받지 못해) 빌린 돈으로 생활해왔다”고 말했다.
간쑤성 북서부의 한 공립병원 간호사도 한 달 급여가 1300위안(약 25만원)뿐이며 성과급도 4개월째 미지급됐다고 말했다고 RFA는 전했다.
탕강 쓰촨성 학자는 “중국 사회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로 향하고 있으며, 경제 침체로 인해 사회 전반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RFA에 말했다. 위톈리 란저우 사회학자는 “제도 개선과 인도적 거버넌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회적 메커니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전쟁으로 인한 타격을 내수 진작으로 메우겠다는 방침하에 올해 경제정책의 중점을 소비 확대로 설정했다. 이에 지난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하는 등 내수 부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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