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칠어도 너무 거칠다. 21대 대선이 채 1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선거판의 악다구니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정책과 비전, 공약 등의 경쟁은 뒤로 밀려나고 저질성 막말과 인신공격 등이 대선 정국을 오염시키고 있다. 후보의 자질 문제인지, 아니면 우리 선거판 자체가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답답하고도 안타깝다. 게다가 그런 언행 등이 자신들의 득표율을 끌어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아무런 부끄러움이나 주저함도 없이 일단 던지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불쾌하고도 부끄럽다. 이번 대선만큼은 막말과 저질, 비방과 음모 같은 선거정치의 암덩어리들이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로 인한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된 조기 대선이다. 굳이 내세우지 않더라도 탄핵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놓고 대선 프레임이 작동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입법권 남용이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도 있을 것이며, 반대로 입법권을 봉쇄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반론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국민이 선택할 몫이지만, 분명한 것은 무엇 하나 크게 내세울 만한 ‘대선 이슈’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도 과거에는 행정수도 이전이나 747공약, 경제민주화 논쟁처럼 민생과 직결돼 있으면서도 시선을 끌 만한 공약이 있었다. 이번에는 그나마 AI 산업이나 철도 건설에 돈을 쏟아 붓겠다는 공약 정도가 눈에 띌 정도이다. 하지만 그 엄청난 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는 답이 없다. 알맹이가 없으니 신뢰하기도 어렵다.
이번 대선에서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블랙아웃’이 28일부터 시작된다. 막판에 표심이 출렁일지, 아니면 이대로 굳어질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목이다. 한국갤럽이 이번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의 판세는 뚜렷해 보인다(한국갤럽, 5월 23일자 보도 참조). 한마디로 1강(이재명 45%), 1중(김문수 36%), 1약(이준석 10%)이다. 덧붙일 것은 직전 일주일 사이 이재명 후보는 6%포인트 하락했으며 김문수 후보는 7%포인트 상승했다는 점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지 여부는 이제 블랙아웃으로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흐름의 연장에서 이번 대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는 것도 판세를 읽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1강’으로 압축되듯이 대선 승리에 가장 가까이 있다. 그러나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압도적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인 51.6% 그 이상을 노리고 있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선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정권교체 이후 국정운영에서의 확고한 혁신 동력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특히 내란세력 척결은 국민의 압도적 지지 없이는 험난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검찰개혁을 비롯해 사법부 개혁, 김건희 특검법 등 예고된 개혁정책의 동력을 위해서라도 압도적 승리는 필수 요건이다. 과연 역대 최고의 득표율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 하겠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막판 추격세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10%포인트 이내로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를 좁혔다. 그러나 블랙아웃으로 인해 그 후의 추격세를 알 수는 없지만 지지자들은 막판 역전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선거 판세가 요동친다면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과연 김문수 후보가 막판 선전으로 4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할 수 있을지, 어쩌면 막판 역전까지도 기대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 하겠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2위로 낙선한 문재인 전 대통령 득표율은 48%였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불과 40세에 ‘제3의 대안’으로서 갈수록 유의미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나이는 젊지만 정치활동에서는 꽤나 경륜이 붙은 만큼 인지도가 높고 정무 역량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난 편이다. 그러나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하는 등 비호감도가 높은 것은 매우 아픈 대목이다. 그리고 국민의힘과 김문수 후보로부터 거듭되는 후보단일화 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피곤하고 불만스런 대목이다. 그럼에도 후보단일화는 명분이 없다며 거듭 완주를 확인하고 있는 만큼 최종 득표율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연 두 자릿수 득표율을 얻을 수 있을지, 내친 김에 15% 이상의 득표율까지 기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그럴 경우 보수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거듭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첫 대선후보 TV토론 이전까지만 해도 사실상 존재감조차 없었다. 그러나 첫 TV토론에서 보여준 권영국 후보의 발언은 단순한 존재감을 넘어서 진보정당 후보가 왜 필요한지, 대선에 왜 출마하는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분명한 입장과 명료한 논리는 진보정당 후보자로서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후의 조기 대선인 만큼 선거 환경이 그다지 유리하지는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대선 득표율은 민주노동당의 향후 행보와도 직결된 만큼 3% 이상의 유의미한 득표율을 거둘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심상정 후보는 2.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필자 주요 이력
△시사평론가(현) △인하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전)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전) △ 혁신과미래연구원 원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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