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완전한 소셜믹스'를 이유로 임대주택 한강뷰 배치를 정비사업 조합에 요구하면서 갈등이 깊어지자 '유연한 소셜믹스'로 한발 물러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나서서 조합과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임대주택도 공공기여 형태 중 하나로 보고 데이케어센터 등 조합원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주택실 산하 임대주택과 주도로 소셜믹스에 대한 기준을 만들기 위해 기부채납·공공시설 기여 등 다양한 대체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날 오세훈 서울시장이 소셜믹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면서도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서울시 '완전한 소셜믹스' 기조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임대주택을 차별하지 말라는 취지로 재건축 조합에 임대 가구도 한강뷰 주동에 배치하도록 설계안 변경을 권고하자 조합원들은 ‘재산권 침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실제로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등 한강변 최선호 단지는 한강뷰·고층 여부에 따라 몇십억 원씩 프리미엄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핵심 입지인 한강뷰 가구를 임대주택으로 할당하게 되면 분양수익이 적어져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는 꼴이 된다는 주장이다.
시는 소셜믹스 취지를 살리면서도 유연한 제도 운영 방법을 찾고 있다. 한강 인접 동에 임대주택을 넣지 못할 때에는 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늘리거나 추가 기부채납을 허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기부채납 외에도 외부 부지 제공, 공공시설 기여 등 다양한 대체 방안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소셜믹스 원칙에는 변함이 없고 현장 요구를 청취하면서 현실적인 방안을 고민 중이다. 서울에 사업장이 한두 개가 아닌 만큼 지역 특성도 고려해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모든 동에 균등 배치하는 원칙은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건축물 심의 기준 제13조(임대주택계획)에는 "평면 및 건물형태 등으로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이 구분되지 않도록 계획하고, 임대주택 설계 및 마감 자재는 분양주택과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시가 소셜믹스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조합원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 명확한 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양보다 질에 집중하겠다는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한강뷰 가구까지 내놓으라는 건 역차별"이라며 "임대주택도 공공기여라는 측면에서 데이케어센터나 기부채납처럼 사업장 특성에 맞은 형식으로 전환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